[Storytelling] 금융사기 당한 60대 한인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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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IRS라며 전화…세금 안 내면 차압…겁났다”
속아서 카드번호·정보 알려주고 안심했는데
뒤늦게 돌아온 남편 “이런 바보 사기 당했네”
나는 64세 김명숙. 미국에서 24년 살았다. 2주 전 오후 집에서 혼자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미국 여자다. 영어로 뭐라 뭐라 한다. 간간이 몇몇 단어만 겨우 알아들었다. 연방 국세청(IRS)이라고 했다. 이름이 제니퍼 어쩌고 했다. 무슨 번호(badge number, 직원 확인 번호)도 불러주는데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택스(tax)’란 단어가 들렸다. 여자한테 되물었다. “Tax?” “YES! You didn’t pay….”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하는 것 같다. 남편이 세금보고를 한다고 했는데. ‘어휴, 이 인간 아직도 안 했군.’

“Talk my husband.” 남편한테 전화하라고 대충 얼버무리려는데, 갑자기 ‘차압(foreclosure)’이라는 단어가 들리는 게 아닌가. 이어 돈 액수가 들렸다. 1645달러. Right now…또 foreclosure. 지금 당장 1645달러를 내지 않으면 집을 차압하겠다는 건가. 내가 맞게 알아들었는지 떠듬떠듬 영어로 되물었다. “YES!”

또 뭐라 뭐라 그러는데 Fine(벌금)도 물어야 하고, 은행 계좌(account)도 묶는다고 하는 것 같았다. 겁이 덜컥 났다. “How to send money?” “Pay…Credit card.” 크레딧카드로 낼 수 있다는 것 같았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내가 알아들은 단어들을 종합해 봤다. foreclosure, right now, fine, 1645dollar, pay, credit card….

카드 번호와 정보를 불러줬다. 3일 안에 밀린 세금을 냈다는 확인 편지를 보내준다며 편지를 받지 못하면 전화하라고 번호를 남겼다. “Ok, thank you.” 큰 일을 잘 처리한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다.

퇴근한 남편을 보자마자 다그치듯, 한편으로 자랑스럽게 물었다. “당신, 세금보고 한다더니 안 했지?! 세금도 안 내고, 우리집 차압될 뻔 했어!” “뭐? 세금보고 했는데?” “무슨 소리야. 오늘 IRS가 전화해서 세금 안 냈다고, 당장 안 내면 집 차압한다고 해서 내가 크레딧카드로 냈는데.” “이런, 바보. 사기네. 사기당했네.”

다음날 영어를 나보다 잘하는 남편이 IRS에 확인했다. IRS는 내용을 듣고는 사기라고 했다. 세금보고철을 맞아 사기가 급증했단다.

남편의 구박이 이어졌다.

IRS는 절대 전화상으로 크레딧카드 또는 데빗카드 정보를 묻거나 선불카드로 체납한 세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데 그것도 몰랐냐고. IRS는 반드시 우편으로 통지서를 보내는데 그것도 몰랐냐고. 아무리 위협적인 말투로 집이 차압된다고 해도 그렇지, 확인도 안 해보고 냉큼 크레딧카드 번호를 주냐고. 그러면서 사기범이 처음 시도에서 실패하면 다른 내용으로 다시 전화를 걸거나 한 번 재미를 보고 다시 노릴 수 있으니 앞으로는 조심하라고.

1645달러나 날린 난, 앞으로 최소 한 달 동안은 죄인이다.

이재희 기자

☞스토리텔링= 이 기사는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체로 풀어본 기사입니다. 주요인물 시점에서 소설형식으로 실제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LA타임스와 OC레지스터, 뱅크레이트 등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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