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구글은 아직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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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
무인차·로봇·사물인터넷 등 사업 무한확장 … ‘팍스 구글리카’의

#지난달 28일 새로운 자동차의 등장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2인승 자동차다. 하지만 이 자동차에는 운전대·가속페달·브레이크가 없다. ‘출발’과 ‘정지’ 버튼만 있을 뿐이다. 탑승자가 출발 버튼을 누르면 주행하고, 정지 버튼을 누르면 멈추는 식이다.

소프트웨어로 미리 입력해둔 경로에 따라 탑재된 센서로 방향을 전환해가며 자동차가 알아서 간다. 전방에 있는 공사현장을 미리 감지해 차선을 변경하고, 대형 트럭이 앞에 있을 때는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탑승자는 운전에 신경쓸 필요 없이 일을 하거나 동승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이 공개한 무인자동차 시제품의 주행 모습이다. 크리스 엄슨 구글 무인차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번 무인차는 자율주행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시제품을 생산해 캘리포니아에서 시범 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오후 3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 한국 기업 같으면 한창 업무에 열중할 시간인데 이곳에서는 산책·일광욕·수영을 즐기는 직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애완견과 함께 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세계적인 IT기업의 본사라기보다는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이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유롭게 출퇴근을 하고, 필요하면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20% 룰’은 구글을 대표하는 사례다. 근무시간의 20%는 현재 맡은 업무와 관계없이 해보고 싶은 일이나 잘할 수 있는 일에 사용하라는 것이다. G메일·애드센스 등 구글의 핵심서비스가 여기서 나왔다.

프레드릭 페르트 혁신·창의성 프로그램 총괄은 “구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사람”이라며 “자유로운 분위기와 열린 대화를 즐기며, 자율성·창의성·다양성이 보장되는 문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전 세계 IT를 지배하는 ‘팍스 구글리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처음엔 검색 서비스를 통해 거대 IT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내놓으며 모바일 플랫폼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제는 각종 하드웨어를 결합한 종합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현실에 가장 가까운 위치까지 도달한 것이 무인자동차다.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무인자동차 개발을 추진 중인 구글은 마지막 단계인 시내 주행 테스트를 시작했다. 2012년 내놓은 프로토타입 무인차는 올 4월까지 미국의 공공도로에서 70만 마일(112만㎞)을 달렸다. 이 과정에서 사고는 단 한 건뿐이었다. 이마저도 구글 측은 “다른 차량이 무인차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내놓은 신형 무인차는 아예 운전대도 없다. 기존 차량 형태를 기반으로 무인차를 개발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와는 달리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한발 앞설 수 있었던 것이다. 미래학자인 한국행정연구원 서용석 박사는 “앞으로 무인자동차와 관련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산업이 일어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며 “구글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는 무인자동차의 운영체제(OS)를 장악해 자동차 제조사들에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구글의 무인차가 도로 위를 달리게 되면 상상 이상의 파급효과를 사회에 미칠 수 있다. 당장 택시나 버스 운전사가 일자리를 위협받게 된다. 내비게이션·블랙박스 등 차량용 전자기기를 만드는 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업체들도 차량 하드웨어만 만드는 수준으로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이미 자동차 생산비용의 절반 이상을 전자장비가 차지하는 상황이다. 반면 자동차에 앉아 있는 동안 소비할 콘텐트와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은 급성장이 가능하다. 서 박사는 “산업혁명 초기에 막 등장한 증기기관의 역할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무인차의 파급효과를 정확히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로봇 분야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이 실시한 인수합병(M&A) 총 21건 중 8건이 로봇 업체였다. 군사용 로봇 제조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팔에 특화한 레드우드 로보틱스, 로봇 카메라에 강점을 보이는 봇앤돌리 등 분야도 다양하다. 앤디 루빈 부사장은 “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가정용 디지털 온도조절기 등을 만드는 네스트랩스를 인수하고, 인공지능에 특화한 영국 기업 딥마인드를 사들이는 등 사물인터넷(IoT) 분야에도 관심이 크다. 사물인터넷에는 ‘구글 글래스’나 ‘삼성 기어’처럼 웨어러블(입는) 기기가 포함된다. 이 밖에도 신재생에너지·빅데이터·의료·건강·휴대전화·무인비행기 등 구글의 진출 산업은 열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구글은 2009년부터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로 만드는 ‘문샷 싱킹’(달나라로 사람을 보내는 방법 같은 혁신적인 생각)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직접 지휘하는 ‘프로젝트X’ 팀도 꾸렸다. 이 팀은 지금껏 기발하고, 엉뚱하며, 색다른 도전을 해왔다.

구글이 자동차·로봇 등 기존 사업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 도전하는 ‘파격행보’를 보이는 것은 바로 문샷 싱킹의 연장선이다. 메간 스미스 부사장은 “개방과 공유를 강조하는 구글은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인수해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준다”며 “결국 이 같은 다양성이 구글의 진화와 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글의 행보를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먹거리를 개척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한다.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전략센터장은 “IT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젠 다른 산업과 융합이 필요한 영역이 더 넓어졌다”며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T업계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애플의 자리를 구글이 차지하면서 ‘팍스 구글리카’ 시대가 올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주로 검색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의존하던 구글이 자신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수익창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내 IT업체 대표는 “최근 구글 맵스의 유료화 전략에서 보듯이 현재의 개방(open) 정책을 애플과 같은 폐쇄(closed) 전략으로 언제든지 바꿀 수도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국내외 유망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운틴뷰=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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