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급습 6개월 후…여기는 자바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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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중남미 워크인 고객 뜸해…매출 20% 줄었다
자바 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거래처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 지난해 9월 FBI와 마약단속국 등이 자바 시장을 급습한 후 악재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바 시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현식 기자

당시 급습 업체들
정식 조사없이 기다릴 뿐
아예 문 닫는 업체 늘어나

울고 웃는 업체들
현금 구매 소규모 업체 몰려
렌트비 부담 이사가는 곳도

한인업체들 몸부림
마진 줄이고 일부는 고급화
온라인 쇼핑몰 강화 눈돌려

3월 10일 오전 9시, LA 다운타운 자바시장 피코와 9가, 샌피드로와 크로커 지역.

업주들이 기대하는 ‘가장 바쁜’ 화요일이지만 이날 자바시장의 풍경은 이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듯 하다. 듬성듬성 고객이 보이지만 예전의 북적거림은 찾아보기 힘들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업주는 “화요일인데도 손님이 많질 않다”며 “10년 전만 해도 점심을 오후 2~3시에 먹을 만큼 바빴다”고 회상했다.

자바시장이 한가해지기(?) 시작한 것은 물론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자바시장은 경기 침체의 연속이었고, 6개월 전부터는 그 침체의 깊이가 더욱 깊어졌다. 딱 6개월 전인 지난해 9월10일, 자바시장은 쑥대밭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연방수사국(FBI), 연방마약단속국(DEA), 연방국세청(IRS) 등 약 1000명에 달하는 연방 수사요원들이 한인 의류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을 급습해 대대적인 마약 관련 돈세탁 조사에 나섰다.

한인 의류업체를 비롯한 70여 군데를 동시에 급습해 9000만 달러에 이르는 멕시코 마약 조직 관련 현금과 마약 등을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50대 한인 박모씨와 30대 한인 박모씨를 포함한 9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수사요원들이 급습했던 한 업체를 찾았다. 업체 관계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누가 그날을 회상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습 대상이 됐던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그날 서류 등을 가져간 이후 아직 정식 조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수사 당국에서 특별한 연락이 없다”며 “마냥 기다릴 뿐이다. 2년은 걸릴 것이라고 하더라”고 덤덤히 대답했다.

그동안 문을 닫은 업체도 있다. LA 아이돌이 그랬고 나랑카가 그랬다. 이 두 업체는 당시 수사요원들이 들이닥친 업체들이다.

급습 이후 악재도 이어졌다. 10월에는 자바시장 2000개 업체를 대상으로 3000달러 이상 현금 거래시 IRS 보고해야 하는 행정 명령이 내려졌고, 원산지 증명 조작 수사가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뎁샵스와 델리아스, 웻실 등 유명 소매업체들의 파산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겨우 실마리가 풀린 롱비치·LA항 물류 적체 현상도 자바시장 침체 요인이 됐다.

중남미 고객감소와 업체이주

업주들은 지난 6개월 사이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이 변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자바시장을 찾는 중남미 고객들의 발걸음이 줄었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에서 수시로 자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다. 업주들은 이런 고객들을 워크인(walk in) 고객이라 부른다.

N 업체 측은 “급습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은 바로 워크인 손님의 급감이다”며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고, 실제 20% 정도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현금 사용은 줄어든 대신 송금과 크레딧 카드 사용이 늘었다. 현금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여러 법인을 만들어 놓고 3000달러 미만씩 분산 구매를 하는 것이 새로운 추세다.

하지만 현금 분산 구매로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는 업체도 있었다. 주로 소규모 업체들이다.

T업체 관계자는 “분산구매가 늘다 보니 소규모 업체들은 오히려 새로운 고객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매시장이 이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다보니 이사를 가는 업체도 꽤 늘었다. 렌트비 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장사가 비교적 잘 된다는 10가와 피코 사이 자바 골목길에는 10일 현재 5개 업체 이상이 비어 있다. 키머니가 없거나 렌트비가 낮은 외곽지역으로 업체들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키머니(key money)가 16만 달러다. 렌트비 역시 한 달 1만6500달러 이상이다”며 “요즘 같은 상황에서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다”고 강조했다.

위기 극복 노력

한인 업체들은 위기에 직면하면서 다양한 타개책을 내놓고 있다. R 업체는 ‘고통분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업체 측의 마진을 줄이면서 고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남미 고객들도 어려운 상황이다. 요즘엔 페소도 오르면서 더욱 상황이 안좋다. 이러다 보니 가격을 좀 깎아달라는 고객들이 있다”며 “옷 하나 당 50센트에서 1달러 정도 싸게 해준다. 내 마진을 줄이는 대신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또 이들은 고마움에 다른 고객도 소개한다”고 전했다.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업주들도 적지 않다.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 고급화 브랜드인 ‘베터 라인(Better Line)’을 론칭하는 업체들도 늘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는 업체도 늘고 있다. 시대에 맞게 온라인 쇼핑몰에 인력 보강을 하는 업체도 상당수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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