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세상

0

생각난다. 어렸을 적에 형들을 따라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은 적이 있었다. 잡는 방법은 낚시나 그물이 아니었다.

냇가에 조그만 여러 개의 돌들로 V 모양을 만든 후 여러명이 발로 물을 차서 열려 있는 입구로 물고기들을 몰아넣는다. 그러면 맨 끝에 조그만 어항이 있어 물고기들이 쫓겨 도망가다 그 어항에 들어가기 때문에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지난 9월27일부터 실시된 벨뷰와 린우드구간 I-405번 유료 카풀레인 HOT(high-occupancy toll) 을 보면서 어릴적 물고기 몰던 느낌이 든다.

워싱턴주 당국은 교통체증 때 급한 사람들은 돈을 내고 빨리 가도록  유료 차선을 만들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개통 후 며칠 동안 유료 차선은 텅 비어 있는 반면 오히려 일반 차선은 더 많은 차들로 교통체증을 이루었다.

전에는 2명이면 가던 카풀레인이 3명이상으로 늘어 2명 차량까지 일반 차선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같은 광경을 보며 진정으로 워싱턴주 교통국이 심각한 405번의 교통체증을 해결하려면 유료차선을 만들것이 아니라 아예 그 차선조차 없애고 일반 차량들이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국이 아무리 좋게 선전하지만 숨은 동기는 재정수입을 올리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 수 없다. 뒤돌아보면 30년 전 이민왔을 때 워싱턴주에서는 콜럼비아 강을 건너는 작은 다리인 ‘Bridge of Gods’ 만이 25센트 통행료를 받아 다리를 건널 때마다 재미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야금야금 곳곳에서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 수년전부터 내로우 브리지 통행료를 비롯해 167번 유료 레인과 520번 부교 통행료도 받고 있다.

앞으로는 99번 터널 요금도 받고 90번 부교 와 I-5 익스프레스 레인이나 콜럼비아 강 I-5 다리 유료화도 계획하고 있다.

405번  선전 TV 광고를 보면, 욕조에서 목욕하는 남자가 웃으며 카풀레인을 빠르게 지나고 있고, 드럼을 치는 사람, 바비큐 하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등이 유료 HOT 레인을 통해 빠르게 유유히 가고 있다.

그러나 교통 체증이 더 심해 오도가지도 못하고 일반 차선에서 정체되어 있는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마치 돈많은 사람들이 약 올리며 빨리 가는 것같은 느낌을 줘 불쾌하다.

물론 돈을 내면 빨리 갈수 있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라 냇가의 물고기들처럼 도망가지 못하게 궁지에 몰아넣고 그 끝에 감쳐둔 어항속에 집어넣어 잡는 함정을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어려운 서민들이나 월급장이들에게는 또 다른 경제 부담도 된다.

당국의 이같은 돈받는 정책은 405번뿐만 아니라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사거리 레드라이트 감시 카메라와 학교 앞 속도 위반 카메라 등 많다. 앞으로 또 어떤 결정들이 속출될지……

카풀 레인은 원래 2명 이상이면 무료 통행이었다. 혼자 운전하지 말고 2명이상이 같이 가면 더 빨리 갈수 있으니 함께 가라는 뜻이었다. 또한 프리웨이 위의 차량도 줄어들어 교통체증도 완화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뜻의 카풀레인을 3명 이상으로 하고 돈을 내는 사람들만 빨리 가게 하는 것은 원래 좋은 뜻과는 상충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처럼 돈내는 사람 우대 정책을 펼 때 물질 만능주의의 깊은 위화감이 조성되고 잘못된 가치관조차 심어지게 된다. 405 프리웨이 뿐 만 아니라 우리 삶속에서도 돈있는 사람이 특별대우로 빨리 가지 않고 가진 자나 없는 자나 똑같이 함께 가고 함께 공존하고 번영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나만 잘났다고 빨리 가기위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짓밟고 지나가는 것보다 서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 돕고 함께 가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이동근 편집국장)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