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하루 10분 꼭 눈을 감아야 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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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논설위원

 

혜민스님은 스타다. 하버드 출신 대학교수에, 젊고 잘 생겼다. 그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수백만 권이 팔렸고 지금도 베스트셀러다. 상처 많은 현대인들의 힘들어 하는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하며 치유방법까지 쉽게 제시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스님의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래도 신문에 실리는 글은 빼놓지 않고 읽는다. 주제나 내용이 비슷할 것이다. 글로 대하는 스님의 ‘설법’은 늘 한 방향이다. 그것은 가끔은 멈춰 서서 숨을 고르라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리 화나는 일, 아무리 괴로운 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내 안에서 솟아난다는 것이다.

어떻게 멈추라는 말인가. 스님의 권고를 알기 전부터 나름대로 실천해오던 방법이 하나 있다. 공개적으로는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던 비밀인데 오늘 작심하고 공개한다. 너무 간단해서 “애걔, 겨우?” 하며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섣불리 과소평가하지는 마시길.

답은 하루 두 번 아침 저녁 10분 정도씩 눈을 감는 것이다. 거창하게 명상이나 참선 혹은 기도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물론 그렇게 해도 효과는 비슷할 것이다). 어디서든 좌정하고 그냥 눈을 감으면 된다. 내 경우는 조금 일찍 출근하는 날이면 차에서 바로 내리지 않고 그렇게 눈을 감는다. 좀 더 시간이 나면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눈을 감기도 한다.

처음엔 눈을 감아도 머릿속은 여전히 뱅뱅 돌아간다. 어제 본 TV도 생각나고 누군가 했던 말도 떠오르고 고리고리적 일도 기억이 난다. 그래도 계속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면 어느 순간 숨이 가라앉고 일순 무념무상이 된다. 깜빡 잠이 들 때도 있지만 나쁠 것 없다. 그런 다음 살며시 다시 눈을 뜬다. 머리는 한결 맑아져 있고 몸은 개운해져 있다. ‘자, 이제 시작하자’는 의욕도 생겨난다. 때론 뜻밖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의학적으로도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책을 봤더니 10분 눈 감기의 효과가 의외로 많았다. 마음이 평안해진다. 흥분된 감정이 가라앉고 불안감 우울감 등 부정적인 생각도 줄어든다. 당연히 스트레스도 가라앉는다. 의학 전문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이렇다. ‘눈을 감으면 부정적인 생각을 억누르는 전전두엽과 긴장을 풀어주는 뇌파인 알파파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수치가 낮아져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이렇게 좋은 눈 감기를 꼭 권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명랑사회를 위해서다. 첫째, 머리에 든 것 없이 어쩌다 권력의 자리에 올라앉은 무개념 정치인들이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이런 돈 받아도 되나, 이렇게 오리발 내밀어도 되나. 아마 그들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둘째, 자아도취에 젖어있는 얼치기 종교인들이다.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는 교만과 아집을 돌아보게 해 줄 것이다. 콩 심은데 콩 나라고 기도해야 하는데 콩 심어놓고 팥 나기를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해 줄 것이다.

셋째, 돈이면 다 된다고 믿는 사장님, 회장님, 그리고 부모 잘 만난 덕에 설치고 다니는 망나니 2, 3세들이다. 자신의 행동이 왜 사악한 갑질인지, 내 돈 내가 쓰는 것이 왜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상처가 되는지 깨닫게 해 줄 것이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도 눈 감아서 나쁠 것 없다. 하루 두 번이 힘들다면 한 번도 좋다. 딱 10분, 일부러라도 눈을 감자. 그 때가 바로 멈추는 시간이다. 혜민스님 말씀이 아니어도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아참, 오늘 이 글도 아침에 눈 감고 있을 때 떠올랐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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