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밭 마음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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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하다. 깻잎, 고추, 상추, 토마토가 주저리주저리 열렸다. 색색의 코스모스들이 노래한다. 정사각형 안에 심은 채소들을 중심으로 가장자리에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들을 담장으로 두른 우리 집 잔디밭 한쪽에 만든 여러 채소와 꽃들이 있는 조그만 가든이다.

꽃밭 위쪽의 부실한 잔디를 갈아엎는 것을 시작으로 봄부터 아내는 흙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멋진 가든을 만드는 작업을 단행했다.

어떻게 만드는지 몰라 인터넷을 뒤져보고 지인들로부터 많은 방법도 배우고 도움을 청해 먼저 밑거름이 충분한 옥토를 만들고 밭이랑 사이사이에 사다 놓은 모종을 심었다. 작년에 씨를 받아 뒤뜰에 뿌려놓은 꽃들도 옮겨 심었다.

아내는 열심히 물을 주고 정성껏 가꾸었는데 어느 날 상추가 자라고 깻잎들이 한 그루에 여러 가지들이 달리는 것이 신기했다.

7월 들어 코스모스들이 숲을 이뤄 내 키만큼 커져 꽃이 피어갈 때 고추들이 크게 자라 그동안 고추, 상추, 깻잎들을 수확해 우리 집 식탁이 그야말로 매일 올가닉 채소들로 풍성하다.

토마토는 늦게 익어가지만 주먹만 한 큰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햇살아래 앞 다투어 익어가기 한창이다.

땀방울을 통해 생산한 유기농 채소들이 주는 기쁨은 우리 가족들뿐만 아니라 더 멀리 퍼져 나갔다. 채소들을 교인 등 주위 분들뿐만 아니라 동네 한인들과 동네 미국인들과도 나누었다.

동네 미국인들도 집에 채소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있어 호박이나 다른 채소들을 주고받으며 더욱 친해 질수 있었다.  지나가는 동네 이웃들도 채소와 꽃들을 보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눠 더 다정해졌다.

시작할 엄두도, 해보지도 않았던 밭농사였지만 이를 통해 작은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심은 대로 거두는 법칙도 배운다.

그러고 보니 이 지역의 한인 노인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마다 채소밭과 꽃밭을 만들어 가꿀 수 있도록 제공해 주는 배려에 감사하다. 이민생활에서 외로운 노인들에게 소일거리가 되고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우리 집 작은 채소밭을 보면서 어릴 적 고향 집의 넓은 배추밭 생각이 났다. 아버지는 우리가 연을 날릴 정도로 넓은 뒷밭에 배추, 무 등을 재배하셨다.

많은 배추들을 수확하면 동네 여러 아주머니들까지 함께 김장을 하고 나누기도 했다.

아버지의 그 넓은 채소밭과 열성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아내는 잡초를 뽑고 슬러그 약을 주고 물을 매일 주는 정성을 보였다.

싱싱한 유기농 야채들을 식탁에서 대할 때마다 씨앗 생명과 성장 신비속의 감사와 수확의 즐거움에 기쁨이 가득하다.

오는 8월 1일,2일 시애틀 지역에서 ‘도박, 마약중독 예방과 치유세미나’를 주최하는 ‘쏘쳐스 월드’ 조창현 목사는 “워싱턴주 한인들의 도박 중독이 많은데 여성이 80%로 남성보다 훨씬 더 많고, 여성은 60대-74세, 남성은 2세 포함 20대가 제일 많다”고 밝혔다.

중독자들은 이민생활에서 문화차이로 인한 어려움으로 도박의 쾌락을 추구하다가 중독으로 빠져들었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도 도박에 빠졌다가 가정이 파괴되는 여러 사례들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어려운 이민생활에서 죽은 잔디밭과 같은 메마른 마음 밭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꿈과 소망과 용기의 아름다운 것들을 우리 마음 밭에 심어보자.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도박이나 마약의 기쁨보다는 조그만 마음 밭에라도 생명이 있어 생산적이고 가족과 이웃과 함께하는 아름답고 영원한 것들을 심어보자.

처음 메마른 땅을 개간하고 채소들을 키우는데 많은 땀을 흘려야 했지만 기쁨의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미래의 열매를 바라보고 우리 마음 밭에 물주고 거름 주고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하면 우리 세대와  우리 후손들에게도 풍성한 결실을 맺지 않을까?(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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