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미국 언니는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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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생 사망’ 본지 보도 1주일만에…관악 경찰·SF총영사관 등 적극 나서

 

언니를 찾았다.

한국에서 생활고 끝에 병을 얻어 숨진 정연희(33)씨본지 4월8일 A-3면·사진>가 병상에서 애타게 찾던 ‘미국사는 친언니’ 정모씨다.

연희 씨는 고시원에서 혼자 살다가 결핵증세가 심해져 3일 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6일 사망했다. 연희씨의 생활고와 병은 주변에선 알 수 없었다. 통신비를 내지 못해 휴대폰이 끊겼고, 연희씨는 아쉬운 말을 못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남자친구 김모씨는 2년 만에 전화를 걸어온 연희씨를 찾아가 입원시켰고 경찰에 “얼마 못사니 미국사는 언니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연희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본지 홈페이지에서 3만 건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한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보도 1주일만인 지난 14일 언니 정씨는 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의 도움을 얻어 동생의 부고를 접했다.

북가주에 사는 언니 정씨는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참을 울기만 했다. “왜” “어떻게” “불쌍해서” 가슴을 긁는 울음 사이로 말이 끊어졌다. 그러면서 “동생 소식을 전해주시느라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힘겹게 고마움을 전했다.

언니 정씨의 소재파악은 한미 양국 공기관이 함께 참여한 결과다. 한국 경찰, 외교부, 재외공관, 미국경찰, 이민국까지 나섰다. 특히 민원 접수에서 가족 연락까지 담당 실무자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최초 민원 접수자는 서울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 황재혁 경장이다. 연희씨의 남자친구를 만난 황 경장은 접수만으로 끝낼 수 있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팔을 걷어붙였다. 황 경장은 외교부에 연락하고 미국 내 한인 단체장들과 한인 언론사 기자 50여 명의 이메일 주소를 일일이 찾아 단체 메일로 안타까운 사연을 알렸다.

외교부도 곧 미국 내 재외공관들에 언니의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재외공관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요청에 응한 공관은 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이다.

다른 총영사관들은 ‘재외국민 등록자’를 조회해 ‘언니 정씨를 찾지 못했다’는 정도의 회신만 외교부로 보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의 이동률 영사는 경찰과 이민국에 숨진 정씨의 사연을 알렸다. 그러면서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해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했다.

이민국 실무자도 한걸음 더 나가 노력했다. 숨진 정씨의 언니는 미국인과 결혼해서 더이상 한국 성씨를 쓰지 않고 있었다. 생년월일과 입국일 등을 대조해 찾았고, 이 영사에게 결과를 통보해줬다. 이 영사는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락이 닿아 정말 다행”이라며 “영사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황 경장도 “언니분을 최대한 도와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지켜드리려고 한다”면서 “여러 기관에서 협조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언니는 영안실에 있는 동생을 만나러 곧 한국에 간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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