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맥 세상] 아픔을 아픔으로 갚은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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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이원영/논설위원.기획특집부장

비운의 팔레스타인, 그 통곡이 그치질 않는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는 바다와 콘크리트 장벽으로 둘러친 지상 최대의 수용소로 불린다. 여기에 20일 넘게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12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었다. 80% 가량이 무고한 민간인들이다. 민간인 희생자 4명 중 한 명꼴로 어린이다. 천진무구하게 놀던 아이들에게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불폭탄이 내려꽂히고 있는 것이다.

16살 팔레스타인 소녀 파라 베이커양이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이 세계인에게 전해지면서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베이커양은 폭격 소리를 트위터에 올리면서 “내가 수백 번 들었던 소리다. 울음을 그칠 수 없다. 오늘 밤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절규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권의 테러에 보복한다는 명목으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 쪽은 군인 52명 등 55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발표됐다. 무인항공기 드론과 전차를 앞세운 이스라엘 군과 가내수공업 수준의 로켓으로 대항하는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은 숫제 싸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무차별 살육전을 감행하고 있으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품고 있는 증오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이스라엘 한 여성 의원은 최근 “테러리스트의 엄마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해 이스라엘 지도층들이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그 편린을 드러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만행이 계속되고 있지만 유엔은 거의 꿀먹은 벙어리다. 유엔의 종주국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들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제네바 제21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과 함께 인권침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유일한 반응이다. 46개 이사국 중에서 미국만 반대표를 던진 것만 봐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애정을 읽을 수 있다. 한국정부는? 기권표를 던졌다.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해 규탄의 입장에 서지 못하고 기권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한국정부의 처신도 참 딱해 보인다.

어정쩡하기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반 총장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철저한 양비론을 폈다.

이스라엘이 미국만 믿는 것은 아니다. 세계 유력 미디어들도 유대인의 영향권에 있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CNN과 NBC 등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한 기자가 순식간에 좌천되기도 했다. 영향력 있는 서방 매체들이 주로 이스라엘 편을 들거나 적어도 양비론적 접근을 하고 있어 팔레스타인 비극사의 적나라한 실상이 가려지고 있다. 든든한 미국을 우군으로, 막강한 언론의 조력으로 이스라엘은 무서울 것 없다는 기세로 팔레스타인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2000년간 나라 잃은 민족으로 온갖 설움을 견뎌냈다. 근대사에선 대량 학살극의 희생자가 되어야 했던 쓰라린 아픔을 갖고 있다. 그런 잔혹사를 몸에 새기고 있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멸족하겠다는 듯이 흉기를 휘두르고 있다. 아픔이 아픔을 위로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픔의 상처를 할퀴고 있다.

이스라엘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중동 유일의 핵보유국이다. 핵탄두를 300여 개나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만약 팔레스타인이 핵무기를 한 개라도 갖고 있다면 지금처럼 당할까.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곤죽처럼 당하는 팔레스타인에서 핵무기를 더욱 움켜쥐는 북한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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