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전화 회사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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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희/문화특집부 부장

 

최근 10여 년 넘게 사용하던 셀폰 서비스 회사를 바꿨다. 특별히 서비스가 나빠진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아진 것도 아니기에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각오를 하고 용단(?)을 내렸다.

원래 회사는 10여년 전 한인들이 운영하는 셀폰 대리점을 통해서 가입했었다. 그 당시에는 한인 에이전트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셀폰 메이저 회사들은 가입된 한인 사용자들의 계약을 직접 맡아 하면서 에이전트들의 역할을 빼앗았다. 현재 한인타운에서 셀폰 에이전트를 찾으려면 손꼽을 정도가 된 이유다.

에이전트가 별로 없으니 새로 옮겨간 셀폰 회사와의 계약은 전화로 이뤄졌다. 아쉽게도 한국어 서비스는 없었고 영어로 가입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 같으면 한인 가게에서 1시간 정도 걸리면 가능했던 일이 전화로는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말이 서툴렀던 탓도 있겠지만 도대체 메인주에 있는 앤이라는 상담원은 자기 회사의 플랜이나 제대로 알고 전화를 받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그나마 대답은 시원시원했다. 그렇지만 3시간이 걸린 것은 소비자를 대하는 자세로는 영 아니다 싶었다.

더 큰 문제는 한 달 뒤에 알아차렸다. 전화기 5대를 패밀리 플랜으로 신청한 계좌가 각각 5대의 계좌로 잘못 신청돼 있었던 것이다. 200달러면 될 한달 사용료가 무려 1300달러가 넘게 청구돼 왔다. 물론 잘못된 것이니 고치면 된다. 하지만 전화 상담원마다 매번 다른 얘기를 해왔다. 거의 열흘 동안 전화기와 씨름해야 했고 결국에는 그 회사 로컬 직영점에 찾아가서 대면 상담을 통해서야 정정이 가능했다.

그 후에도 1주일을 더 지켜봐야 했다. 바로 수정이 되는 것이 아니고 시스템상 시간이 흘러야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정정될 터이니 기다려 보라는 얘기도 들었다. 전화 회사를 옮기면서 대신 물어주기로 한 전 회사의 조기해약 벌금을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할까 봐 조바심도 내야 했다. 가입한 전화 회사 하나 바꾸면서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로 이렇게 마음 졸이게 될 지는 꿈에도 몰랐다.

사실은 전화회사를 바꾸려고 마음 먹었을 때 먼저 한인타운의 그 회사 대리점에 먼저 갔었다. 그 곳에서 20분 쯤 기다리다가 이렇게 오래 기다릴 바에는 전화로 직접 통화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물론 영어가 네이티브처럼 훌륭했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싶다. 전화상담원들이 자기네 회사의 플랜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그들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었겠나.

이번 일로 한인타운에서 1.5세나 2세들의 한국어 서비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사실 그 동안은 그들의 고마움을 별로 알지 못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의사들 한국어를 구사하는 기타 비즈니스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고운 시선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이 한인 1세들을 위해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저 그들 중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한인타운이 직장 잡기 쉬워서 주류사회를 뚫어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냥 이곳에 들어왔겠거니 여겼던 점도 고백한다.

한인 사회가 커지면서 주류 회사에 고용된 한국어 구사 한인들을 만날 일이 많아진다. 한국어 상담라인도 개설된다. 처음에는 이들을 이용했지만 이민 연차가 길어지면서 영어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생각을 바꿨다. 꾸준히 한국어 서비스를 이용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들을 많이 이용해야 그들을 고용하는 주류 회사의 서비스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화요금?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귀찮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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