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글동산: 홍미영(서북미 문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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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껍질을 벗기며

부엌 창가에서
하얀 무에 환하게 감긴 햇살을 한 올씩 걷어내고 있을라면
순백의 결따라 묻어나는
매운 무 향이 탐스러워 한입 사각 베어문다

튼실한 푸른 청은 잘 말려서
시래기를 해도 좋으련만
살림이 알뜰하던 엄마 생각이 난다

한 겨울에 나를 낳고
딸낳은 죄로 시어머니 눈치가 보여
열흘도 안돼 냇물에 빨래를 나갔다지

찬물에 무를 씻을 때면
저절로 떠오른다 그말은

쉰밥 아까와 물에 헹구어 먹던 엄마
수채구멍에 하얀 밥알들 토해댈 때
눈가 따라 한 방울씩 고이던 엄마의 눈물
엄마 왜 그리 살았어

김치밖에 잘 하는 것이 없는 엄마가
사남매 먹이려고 김장 백오십 포기를 할 때면
동네 이쁜이 아줌마도 순덕이 아줌마도
좁은 우리집 방안 가득 차지하고 앉아
팔뚝 걷어붙이고 양념을 버무렸었는데

재개발 철거 주택 되어
모두 제 살길 찾아 그 곳 떠난 지금
갑자기 보고 싶다 아줌마들 얼굴

☙  중앙대 약학학사, 서울대 약학석사 졸업
1996년 도미,  플로리다 주립대 문헌정보석사 졸업
2003년 귀국 경희의료원, 건양대병원 등 관리약사 근무
2007년 도미 타코마 거주,   미국약사,약물치료학 전문약사 취득
2014년 뿌리문학신인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현재 아이다호 주립대 약학박사 과정 수료 중,
페더럴웨이 소재 New Albertson’s Savon 체인약국  스태프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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