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조희연 ‘당선무효형’ 선고…운명 가른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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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시’, ‘허위 인식’ 법원 적극적 판단
법원, ‘검증 위한 의혹’에 엄정한 원칙 제시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23일 조희연(59) 서울교육감이 허위사실 공표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데는 고승덕 전 후보에 대한 ‘영주권 보유 의혹 제기’를 단순한 의견표명을 넘어선 사실 적시로 본 법원의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법원은 또 재판 내내 가장 치열한 쟁점이었던 ‘허위임을 인식했느냐’에 관해 ‘확인절차가 미비했던 경우 역시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는 법원이 적극적인 법리 적용을 통해 선거기간 중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은 엄정한 기준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혹 제기’ 의견표명 아니라 사실적시로 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고 전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조 교육감의 기자회견 발언이 단순한 의견표명이 아니라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사실을 적시한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우리 법상 ‘사실의 적시’는 ‘증거를 통해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과거나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일컫는다. 통상 가치판단이나 가치평가로 이뤄지는 ‘의견 표현’과 대치되는 개념이다.

재판부는 “직접적인 사실 적시를 회피하기 위해 인용을 하거나 ‘소문에 의하면’, ‘제보에 의하면’이라는 가정적 표현을 쓰는 경우라도 그 내용이 허위이고 ‘입증 가능한 사실’에 해당한다면 ‘사실의 적시’로 본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의견이나 평가라고 하더라도 그에 기초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역시 사실의 적시가 될 수 있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어떤 사실을 암시하는 경우에도 ‘사실의 적시’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조 교육감이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만에하나’라는 가정적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 내용은 ‘고 전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취득해 지난해 5월25일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조 교육감이 기자회견 이후 이메일을 보내거나 홈페이지에 관련 글을 게시하고 방송 인터뷰를 한 내용 역시 ‘제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용은 ‘고 전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에 관한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이처럼 ‘제보’라는 표현을 사용해 제기된 의혹도 ‘사실 적시’로 인정하는 적극적인 판단을 내린 것은 향후 선거 기간에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고도 ‘제보를 받았다’는 명분으로 처벌을 피해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허위 인식’ 확인절차 부족했던 경우로 넓게 해석

재판부는 또 조 교육감이 충분한 확인절차 없이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을 토대로 조 교육감에게 고 전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이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의 트윗글이 게시된 후 고 전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을 보고 받았다”며 “이후 최 기자로부터 트윗글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거나 선거캠프 사람들에게 추가 확인을 지시해야 하는데 이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조 교육감이 기자회견 당시 미국 대사관이나 외교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지 않았고 미국 영주권에 관해 미국법 전문가의 자문을 받지도 않았다”며 “당시 미필적으로나마 조 교육감에게 (영주권 보유 의혹이)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조 교육감이 (영주권 의혹에 대한) 다수의 증언이 실제로 있었는지, 고 전 후보의 지인들이 고 전 후보에게 미국 영주권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지를 확인하거나 그 확인을 지시한 바가 없다”며 “조 교육감이 고 전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해 지난해 선거기간까지 보유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의혹이 되는 사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소명자료를 제시해야 하고 이를 제시하지 못하면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없는 한 허위사실 공표를 책임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재판부가 ‘의혹을 입증할 증거’ 및 그 확인 절차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역시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인한 선거권자들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근거가 박약한 의혹 제기를 과도하게 허용할 경우 추후에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져도 잠시나마 후보자의 명의는 훼손된다”며 “이는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가 오인에 의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중대한 결과를 야기한다. 그런 의혹 제기는 검증을 위한 것이라도 무제한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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