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칼 찾아낸 미국인 “수장고서 잠자는 보물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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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출 문화재를 찾아서 <하>
한국 문화 사랑하는 모임 이끌며
수시로 박물관 찾고 전시회 기획
요란스런 반환운동은 역풍 불러
상호대여 등 유연한 전략 필요

 

뉴욕 맨해튼 창고건물 내 코리아아트소사이어티(KAS) 회장 로버트 털리의 ‘소형 한국박물관’. [한경환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창고건물 방에 들어선 순간 눈이 번쩍 띄었다. 수 천 점의 고서를 비롯, 서화·도자기 등 한국 골동품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소규모 한국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이 방의 주인은 미국인 로버트 털리(53)다. 그는 2008년 뉴욕에서 자신이 설립한 한국 문화 비영리단체 ‘코리아 아트 소사이어티(KAS)’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6년 사이 KAS의 회원은 5000명으로 늘었다. 털리 회장은 “국적과 직업을 불문하고 순수하게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소개했다.

그가 주축이 돼 회원들은 매년 수 차례씩 한국 문화재가 있는 미국 내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한국 관련 전시회를 기획하기도 한다. 2012년에는 미국에서 한국문화재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워싱턴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수장고를 방문해 진귀한 문화재를 직접 눈으로 보는 기회도 가졌다. 여기서 일본도로 둔갑한 조선 검을 찾아내기도 했다. 그는 “국보급 보물들이 좁은 수장고에 잠자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수장고에 있는 한국의 도검 등 무기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어달라고 박물관 측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AS는 최근 뉴욕에서 한국 문화재가 대량 포함된 ‘리 스나이더 컬렉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털리 회장은 “강제로 약탈된 문화재는 돌려받아야 한다”며 “한국 정부나 해외 유출 한국 문화재 찾기를 하는 기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최대한 돕고 싶다”고 말했다.

KAS뿐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 문화의 홍보와 반환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도 많다. 일본에선 한·일 병합 100주년인 2010년 6월 12일 도쿄에서 ‘한국·조선 문화재 반환문제를 생각한다’라는 공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문화재 반환문제 관계자들은 연락회의를 발족시키고 이후 꾸준히 문화재 반환과 관련된 연구 및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수장고에 소장된 조선 검. `일본도`로 잘못 표시돼 있다. [한경환 기자]

문화재 반환 못지 않게 해외소재 한국문화재를 잘 활용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는 활동도 중요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이소영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는 “한국실의 규모도 그렇지만 전시할만한 컨텐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한국 문화재의 경우 시장에 유통되는 유물 자체가 너무 적어 박물관에 채워 넣기도 어렵다”며 “국내에 꼭 남아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유통 가능하게 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는 반가사유상 등 500여점의 한국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불법 해외유출 한국문화재 반환운동 방법론에 대해서는 장기적이고 치밀한 연구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보아(아트&테크놀로지학과) 서강대 교수는 “반환협상 과정에서도 상호 대여라든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제안을 한다면 좀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약탈문화재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정규홍 서울강현중 교사는 “소재와 경로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민간의 개별적인 연구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요란스럽게 반환운동을 벌일 경우 역풍이 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영찬(사회교육과·한국고대사) 이화여대 교수는 “어떤 면에서 공격적인 환수 운동은 상대방 국가를 오히려 더 위축되게 만들 수 있다”며 “실제로 이 때문에 해외박물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를 잘 보여주지도 않아 연구활동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뉴욕=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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