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자네가 공 올리면 우리가 앨라배마로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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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앨라배마에 허리케인 옵니까?”
스트레인지 시장 “간간히 비바람만 붑니다”
어번대학 가이드 “작년 허리케인으로 쑥대밭 된 곳”

지난 2001년 현대자동차가 북미공장 부지를 선정할 당시 앨라배마주 경제개발국장이었던 토드 스트레인지 몽고메리 시장이 당시의 비화를 털어놨다.

스트레인지 시장은 지난 20일 메트로 몽고메리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현대차공장 10주년 기념 만찬회 축사에서 부지선정 당시의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2001년 11월 경제개발국장에 취임했다. 당시 현대차는 켄터키주 루이빌과 앨라배마의 몽고메리, 오펠라이카 지역으로 공장 후보지를 좁혀놓은 상태였다.

그는 “오펠라이카 부지는 이전에 닛산이 보고 지나쳤던 곳이다. 일본 회사가 보고 지나친 곳을 한국인들이 선택할 리 만무하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협상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서울 사무실, LA에 있는 현대차 미주법인과 앨라배마 현지를 오가며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은 다름아닌 소주였다. 스트레인지 시장은 “11월 말 서울에서 정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아주 훌륭한 만찬을 대접 받았다. 그날 엄청난 양의 소주를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기 전 맥도널드에 들러 햄버거로 해장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스트레인지 시장은 이듬해였던 2002년 1월, 부지를 견학하러 정 회장이 앨라배마에 왔을 때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날은 몽고메리 지역에 짙은 안개가 끼는 바람에 헬리콥터가 뜨지 못했다. 대신 버스로 부지를 둘러보게 된 정 회장은 “앨라배마에 허리케인이 오느냐”고 물었다. 스트레인지 시장은 그전 해에 허리케인이 상륙했었다는 사실을 숨긴채 “간간히 비바람만 분다. 날씨가 정말 온화하다”고 딴전을 피웠다.

스트레인지 시장은 “그리고 나서 점심 식사를 겸해 어번대학을 둘러보기 위해 들렀다. 그런데 학생 가이드가 “왼쪽을 보시면 작년에 허리케인이 와서 쑥대밭이 됐던 지역입니다”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몹시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정 회장은 추운 1월이었지만 새벽 6시부터 골프를 치겠다며 스트레인지 시장과 필드에 나갔다. 그리곤 통역을 통해 “자네가 그린에 공을 올리면 우리가 앨라배마로 오지”라고 말했다.스트레인지 시장은 9번 아이언으로 멋지게 페어웨이 샷을 성공시켰다.

스트레인지 시장은 “재밌는 일화들이 많았지만, 켄터키와의 경쟁에서 앨라배마가 승리한 것은 소주도, 골프 때문도 아니었다. 켄터키보다 앨라배마가 현대측과 더욱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었기 때문이었고, 현대차 진출을 더욱 갈망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 협상 당시 5999만달러의 총 고용효과를 약속받았는데, 현재 매년 2억 7000만달러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세수로는 매년 40억달러의 효과가 발생한다”며 “현대자동차는 몽고메리 지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조현범 기자

 

 

[아틀란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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