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끝 바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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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비, 비… 올해는 고질라 급 엘니뇨 현상으로 시애틀에 많은 비가 내렸다.

평년에는 보슬비처럼 내려 우산이 필요 없었는데 이번 겨울에는 한국의 장마 비 같은 굵은 빗줄기가 쉬지 않고 내렸다. 며칠 동안 밤새 지붕을 뚫듯이 내린 비가 낮에도 계속되어 얼굴에 차가운 장대비를 맞아야 하는 날들이 많았다.

시애틀 겨울인 12월-2월까지 3개월동안 사상 최고 강우량은   1998/99년의  22.77인치인데 지난 18일로  0.1인치를 초과해 기록을 깨었다. 더구나 2월말까지는 10일이 더 남았으니 신기록은 계속되고 있다.

많은 비와 함께 바람도 거세게 불어 여러 곳에서 나무가 쓰러져 집이 부서지고 정전이 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또 어둡고 흐린 날씨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까지 겪고 있는 가운데 건강이 나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더 큰 고통이 되고 있다.

본보가 지난 17일 심사한 불우이웃 돕기 신청자들도 험상궂은 날씨처럼 인생의 절벽 끝에 선 딱한 사정들이 있어 가슴 저려왔다.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살면서 자녀들을 어렵게 키우는 여성들부터 암투병중인데 치료비가 없는 가하면, 건강 문제에 직장도 없어 렌트비나 전기료조차 내지 못하는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들이 많았다.

심사 결과 총 2만3600불을 30명에게 어려운 사정에 따라 배분하였는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액수로 돕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비록 적은 성금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지 말고 우리 곁에 있는 따뜻한 이웃의 사랑이 있음으로 소망과 용기를 가지고 다시 힘을 내길 바란다.

절벽에 서있는 한인들을 생각하니 ‘바보새’가 생각났다. 이 새는 자연계에서 가장 긴 날개(3-4m) 가 있어도 육지에서는 잘 걷지도 못하고 쉽게 날지도 못해 바보새라고 불린다.

그러나 폭풍이 불어오는 날 절벽에 서면 긴 날개가 꿈틀거리고 바람이 거세지면 드디어 절벽에서 뛰어내려 비상하는데 6일동안 날개 짓 없이 날수 있다. 두달 안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이 바보새 이름은 ‘알바트로스’.

날갯짓 한 번 없이 수백 킬로미터를 활공하면서 여러 대양을 가로지르며 세계를 일주한다. 50년을 산 알바트로스가 비행한 거리는 최소 600만km가 넘는다고 한다.

얼마전에 시청한 BBC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절벽에서 뛰어내려 활강을 시작하면 육지에 내리지 않고 5년이나 하늘에서 산다고 하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카톡의 동영상을 통해서도 본 이 새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어서 친구들에게도 전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답해왔다.

날지도 못해 땅에서는 사람들에게 놀림 받는 이 바보새처럼 우리도 현재는 기본적인 생계에도 어려움을 당하고 있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맑은 날이 아니라 폭풍 치는 날 절벽 끝에서 비상하는 그 바보새처럼 우리 삶속에서도 절벽에 선 절망의 순간이 오히려 비상할 때임을 믿고 소망과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나아가자.

지난겨울 사상 최악의 비바람이 몰아쳐 왔지만 시애틀에는 어느새 땅속에서 보라와 분홍, 흰색 등 여러 색깔의 조그만 크로커스 꽃들이 피어나며 봄을 알리고 있다.  나뭇가지들에도 분홍 꽃망울들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어둡고 춥고 비 많이 내리던 겨울이 드디어 지나고 이제 봄이 찾아오고 있 다. 우리들의 삶에 눈보라 치는 겨울 같은 어려움과 시련으로 우리가 절벽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고난과 시련이 있을지라도 폭풍이 부는 절벽위에서 오히려 비상하는 바보새처럼 우리 모두 언젠가는 크고 넓은 날개를 활짝 피고 비상할 때가 반드시 찾아올 것으로 확신한다.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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