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현대차그룹, BMW 핵심 임원 영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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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손꼽히는 고성능 자동차 전문가
주행감성 키우고 스포츠카 등 개발
유럽 프리미엄 업체들과 정면승부
렉서스 같은 별도 브랜드 내 놓을 듯
현대자동차 그룹이 세계적인 고성능 차량 전문가인 알버트 비어만(57·사진)을 부사장으로 영입한다고 22일 밝혔다. 비어만은 BMW의 고성능 모델인 M시리즈 연구소장을 7년간 지낸 인물이다. 그는 내년 4월부터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차량 시험 및 고성능차 개발 총괄 부사장으로 일한다.

비어만의 영입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주도했다. 그룹의 핵심 전략과 관련된 결정이란 얘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 프리미엄 업체와 당당히 경쟁하는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외부 영입을 통해 효과를 봤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을 통해서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명인 그가 만든 K시리즈는 기아차 디자인을 단박에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적 수준의 외부 전문가 영입은 지체할 틈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기아차는 숫자로 계량화되는 성능과 판매량에선 이미 상위권이다. 지난해 말 내놓은 신형 제네시스가 미국의 안전성 평가에서 전 항목 만점을 받을 정도다. 그러나 현대차의 수익성은 정체 상태에 빠지고 있다. 계량화할 수 없는 2%의 부족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행 감성’이다. 현대차 자신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스티어링의 정교함과 매끄러운 주행성능 등 감성적인 성능 향상이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이는 곧 운전자에게 세련된 차, 색깔이 있는 차라는 느낌을 주게 된다. 비어만 부사장의 첫번째 임무도 바로 주행 감성을 높이는 것이다. 마지막 2%를 채우는 일은 기존 인력이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최고 경영진의 판단도 작용했다.

두번째는 스포츠카, 경주용 차로 대표되는 고성능 차량 개발이다. 현대·기아차의 모델은 대부분 중소형 차에 치우쳐있다. 이런 구조는 판매 대수에선 유리하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800만대를 전세계에서 팔았다. 그러나 수익성에선 얘기가 다르다.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8.8%로 예상된다. 꽤 높은 수준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10.9%)보다는 낮고, 도요타(10.1%)에도 못 미친다. 고성능의 프리미엄 차량 비중 차이가 낳은 결과다. 비어만이 몸담았던 BMW M의 경우 BMW 전체 이익의 절반 가량을 창출해 내고 있다.

아우디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지만 아우디는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저그런 업체였다. 아우디100(현재의 A6)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눈 덮인 스키 점프대를 거꾸로 올라가는 장면을 연출하는 기술적 우위를 통해 아우디는 오늘의 위치에 왔다.

현대차의 전략은 도요타가 걸어간 길이기도 하다. 도요타는 1980년대 성장을 본격화하면서 89년 렉서스를 내놓았다. 이를 발판으로 도요타는 95~2000년 성장의 질을 바꿨다. 이 기간 동안 도요타의 매출액은 연평균 4% 가량 늘었다. 과거의 고도 성장기에 못 미쳤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연평균 20%이상씩 늘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도 2020년까지 성장의 내용을 고도화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7년 2.9%에서 2011년 5.1%로 급성장했으나 최근에는 정체 상태다.

비어만의 화룡정점을 위한 현대차 내부의 준비는 끝났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 유럽 테스트 센터를 완성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혹독한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지역이다. 또 올해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다시 참여하면서 레이싱에도 뛰어들었다. 8월엔 독일 랠리에선 한국업체 최초로 우승을 하면서 가능성도 입증했다. 이같은 현대차의 고성능 프리미엄 차량은 ‘N’이란 별도 브랜드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렉서스라는 별도 브랜드를 만든 도요타보다 BMW의 M시리즈에 더 가까운 전략이다. 이미 현대와 기아로 나뉘어진 브랜드 등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비어만에 맡겨진 가욋일이지만 급한 일도 있다. 바로 유럽 시장에 대한 상품 전략과 마케팅 자문 역할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본 고장인 유럽에서 현대차가 살아남지 못하면 현대차의 미래는 어둡다. 올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해외 출장을 간 지역도 유럽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고성능차를 통해 기술력을 홍보하거나 이러한 기술들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비어만 부사장 영입은 유럽 프리미엄 차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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