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이 말하는 남자의 조건..한윤형 데이트 폭력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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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임상수 감독의 ‘나의 절친 악당들’이 25일 개봉한다. 그의 영화 남자 주인공은 다르다. 강하게 이야기를 이끌고, 여자 주인공을 휘어잡으며, 혼자 결론을 내다시피 하는 여느 영화 속 남자주인공과 사뭇 다르다.

‘나의 절친 악당들’ 속 류승범은 여자들이 이끄는 대로 달려가고, 뒷정리를 하며, 영 내키지 않아도 따른다. 통상 영화 속에서 여자주인공이 악당들에게 납치되기 마련이지만 ‘나의 절친 악당들’에선 남자주인공이 잡혀가고 여자가 구하러 간다.

딱히 전복의 쾌감 때문은 아니다. 임상수 감독은 “한국영화 속 남자들이 너무 나쁜 놈들”이라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임상수 감독은 “여자 괴롭히다가 적당히 달래주고, 그럼 또 여자가 좋다고 따른다. 이건 너무 나쁜 놈들이지 않나”고 했다. 그는 “‘나의 절친 악당들’ 속 류승범은 자기는 딱히 복수하고 싶지 않아도 여자들이 원하면 가고, 여자들이 일을 벌이면 정리하고, 섹스를 해도 한 번 할 때마다 두 번씩 한다”며 “그게 남자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뒤를 지켜주는, 버려도 미워하지 않는, 그리고 고마워할 줄 아는 남자. 그게 남자라는 소리였다.

임상수 감독이 생각하는 남자의 조건은 현실과 사뭇 동떨어졌다.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진보 논객의 데이트 폭력 사건을 비쳐보면 참으로 멀고도 멀다.

지난 20일 진보논객으로 잘 알려진 칼럼니스트 한윤형이 예전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 했던 폭력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한윤형은 페이스북에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과 및 사실관계 해명”이란 글을 남겼다. 지난 19일부터 SNS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과거 여자친구 데이트 폭행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 이날 한윤형의 전 여자친구는 블로그와 SNS로 2010년 그와 사귀던 중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또 이 같은 사실을 토로했던 그의 지인에게 그 뒤에 오히려 강간을 당했지만, 한윤형이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데이트 폭력과 강간 피해자라는 낙인이 찍히더라도 이 같은 사실을 밝혀야겠다고 큰 용기를 냈다.

한윤형은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안티조선 운동사’ 등을 집필했으며, 매체 비평지 미디어스에서 활동 중인 진보 논객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오픈토크에 패널로 참석하기도 했다. 그랬던 사람이기에 이 같은 사실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윤형은 해명 글에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는 피해자와 연애를 할 당시에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과거에도 몇 번이고 사과를 했지만 다시 한 번 피해자에게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피해자가 서술한 맥락과 사실관계는 제가 기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며 “가해자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대응을 할 경우 피해자의 기억이 진실로 확정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렇기에 저 자신의 행동을 해명하는 최소한의 맥락을 기술하고자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윤형은 그가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사건의 배경과 그 뒤 벌어진 강간 사건, 그리고 책임을 지는 방식에 대해 길게 서술했다.

데이트 폭력은 범죄다. 데이트와 폭력이라는 단어 때문에 남녀 간 문제로 보이기 쉽지만 분명 폭행죄거나 상해죄다.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가부장적 윤리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데이트 폭력은 범죄다. 아버지에게 맞고 커서 폭력이 내재됐든, 사회적인 폭력에 길들여져서 폭력에 무감각해졌든,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었든, 범죄다.

데이트 폭력은 당사자들에게도 남녀간의 문제로 여겨지는 탓에 범죄란 사실을 잊게 만든다. 강간이란 형법상 범죄를 성폭행이란 단어로 순화하면서 그 끔찍한 범죄에 대한 죄의식을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범죄란 인식이 없으니 자신에 대한 변명과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기 마련이다. 범죄란 인식이 없으니 왜 5년 전 남녀간 문제를 이제야 폭로하냐는 지적들이 쏟아진다. 5년 뒤에도 말하지 말라는 건 범죄를 영원히 침묵하라는 소리다.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상에서 진보논객의 과거가 폭로되니 보수에 이용을 당할 것이란 주장도 쏟아진다. 범죄를 이야기하는 데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런 일로 무너질 진보라면 일찌감치 무너지는 게 낫다.

한윤형의 범죄 사실이 드러나자 또 다른 진보논객들의 이중성도 줄줄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장동민으로 불거진 여성혐오가 나비효과가 됐다. 한윤형은 팟캐스트에서 장동민에 관한 이야기도 했었다.

임상수 감독에게 왜 당신의 영화 속에선 여자들이 사건을 결론 내리냐고 물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부터 ‘나의 절친 악당들’까지 그의 영화 속에선 ‘그때 그사람들’ 정도를 제외하곤 늘 여자들이 이야기를 이끌었다.

임상수 감독은 “그건 한국남자들이 X같아서”라고 했다. “한국남자들이 X같은 건 한국사회가 X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작가로서 그런 X같은 한국사회를 바꾸는데 조금은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했다.

‘매드맥스’에서 퓨리오사 역할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에게 누군가 “이 영화는 여성주의 작품이냐”고 물었다. 샤를리즈 테론은 “조지 밀러 감독은 진실을 다루려 했다. 그러다보니 여성주의 영화가 됐다”고 했다. 임상수 감독의 말과 많이 닮았다.

여자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맥스보단 여자들을 아기공장이라 부르는 임모탄을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기에 그 진실은 더욱 소중하다.

여담이다. 결혼생활을 십년 넘게 하면서 진리를 하나 깨달았다. 사과를 할 때는 이유를 달면 안 된다. 내가 잘못했는데 너도 잘못했잖아,라는 사과는 안 하느니 못하다. 필부가 깨닫는 진리를 현인들이 모를 리 없다. 언제나 실천이 문제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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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 기자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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