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권 승계, 예상치 못한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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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뜻하지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후계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업계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두고 후계 구도 재편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컸으나 주주 가치 제고라는 이슈가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어쏘시어츠 엘.피.(Elliott Associates, L.P.)는 4일 ‘경영 참가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해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미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었고 3일 2.17%를 추가 확보해 지분을 늘렸다. 매입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7064억9636만4500원이다.

이날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했다.

삼성물산 주주가 공개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인 1(제일모직):0.35(삼성물산)가 불공정하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합병 회사가 신수종 사업을 하겠다는 것 이외에 주주 가치가 어떻게 올라가는지에 대해 설명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이번 합병에 대해 삼성물산이 저평가 받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최근 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에도 아파트 분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일각에선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한 ‘주가 누르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삼성 측은 소수의 의견일 뿐이라며 다수의 주주는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상황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실제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팀장은 지난 3일 수요 사장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시장에서 일부 부정적으로 보는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이 있을 수 있지만, 다수의 의견은 아니다”면서 “부정적인 소수의 의견을 전체 의견으로 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일부 주주의 반대만으로 무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날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움직임으로 인해 외국인 주주들이 세력을 규합한다면 사태는 심각해질 수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오너와 그룹 계열사가 가진 전체 지분을 합쳐도 13.57%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의 주주는 이건희 회장 1.37%(220만6110주), 삼성SDI 7.18%(1154만7819주), 삼성화재 4.65%(747만6102주), 삼성생명 0.15%(24만7464주), 삼성복지재단 0.14%(23만1217주), 삼성문화재단 0.08%(12만3072주) 등으로 구성됐다.

삼성물산 주식 중 외국인의 비중이 32.11%(5016만4918주), 국민연금공단도 9.98%(1558만8592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보유분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가진 주식까지 합치면 무려 50%에 육박한다.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의 17%만 움직여도 1조5000억원 이상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다만 주가 현황을 봤을 땐 실제 이들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는 의문이다.

삼성물산 주주는 합병조건에 따라 회사 쪽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인 5만7000원에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시장에선 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오히려 내다 파는 게 이익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합병을 무산시킨다고 실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입장 발표로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크게 올랐다”면서 “해외 헤지펀드의 특성인 이슈를 만들어 주가를 올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경우 2011년에 정기 세무조사를 받아 5년 후인 2016년에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면서 “삼성그룹의 상속과 증여 가능성, 지배구조에 초점을 두고 진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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