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 플레이스] 유승준이 미군 되어 한국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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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필/논설고문

 

가수 유승준의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죗값은 치러야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 ‘스티브 유’가 돼서 군대를 안 갔다 왔는지. 한국의 총리 후보자도 석연치 않은 질환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고 해서 요즘 군대 얘기가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린다.

유승준은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받았고, 총리 후보자는 만성 두드러기를 이유로 댔다. 인터넷에선 벌써부터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하는 비아냥이 나돌고 있다.

모처럼 ‘국방부 시계’를 옛날로 되돌려 봤다. 훈련소 입소 때 해프닝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절로 난다.

시력측정 담당 기간병의 질문은 딱 하나. “안경 벗어. 이거 보이냐”다. 지독한 근시인데 차트의 작은 글씨가 보일리 만무. 당연히 “안보인다”고 할 수밖에. 기간병은 화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뺨을 후려갈겼다. 그러고는 다시 막대기를 집어들고 차트를 가리켰다. 대답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잘 보입니다.”

요즘 같으면 양심선언이다 뭐다 해서 난리가 벌어졌겠지만 그 시절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생각이 비슷했다. ‘군대니까.’ 그로부터 만 3년, 에누리 없는 36개월을 꽉 채우고 나왔다. 뺨을 몇 대 더 맞더라도 버텼으면 군대가 면제돼 고시든 뭐든 할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아쉬움 따위는 없다. 군대를 갔다 왔으니 남자 축에 끼일 수 있다는 자부심이라고 할까.

‘스티브 유’의 나라 미국도 과거엔 병역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징집은 수정헌법 제15조를 위반한 거라며 소송을 건 사례도 있다. 멀쩡한 젊은이들을 노예로 만들었다나.

베트남 전쟁 때 징병은 혼탁의 극치를 보였다. 오죽했으면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자서전 ‘나의 미국 여행기’에서 이런 말을 했을까. “명문가의 자식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징집에서) 빠지고, 아니면 ‘샴페인 부대(champagne unit)’에 배치 받고….”

그가 꼬집은 ‘샴페인 유닛’은 대부분 주 방위군 소속 부대로 전투현장과는 거리가 멀다. 저녁마다 파티를 벌였다고 해서 생긴 군대 슬랭이다. 또래의 청년들은 정글에서 피흘리며 싸우고 있는데.

최강의 미군이 어떻게 베트남에서 수모를 당했을까. ‘채널링(channeling)’이라 불린 병무 행정이 화를 불렀다. 수천만명이나 되는 장정들 모두에 군복을 입힐 수는 없는 노릇.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여러 ‘채널’ 곧 경로를 만들었다.

엘리트들은 장래 미국을 책임져야 한다며 대부분 현역에서 뺐다. 병원 잡역부로 병역을 대신한 사람도 있었다니 그 난맥상을 짐작하고도 남을 터. 베트남에 파병된 병사들은 상당수가 가난하고 배움이 모자란 무지렁이들이었다. 홧김에 마약하고, 총질하고. 철군을 할 수밖에 더 있었겠는가.

징병제의 폐해를 지켜본 리처드 닉슨은 베트남 철수와 지원제(직업군인제)로의 전환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대권을 잡았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수만명의 전사자가 나왔으나 이렇다할 반전시위가 없는 게 신기하다. 병사들이 프로정신이 강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참, 유승준은 나이가 38세가 넘어 입대가 불가능하다. 그래도 한국땅을 밟고 싶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게 아니다. 미국 군대에 들어가 한국 근무를 지원하면? 각 군마다 다르지만 연방규정엔 42세까지다. ‘유승준’은 안 되지만 ‘스티브 유’는 가능하다. 그러기에 진작 군대에 갔다 왔어야지. 조영남도 3년을 참았는데. 비록 ‘샴페인 부대’에 근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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