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 베이징에 경고장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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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중국 교수 등 6명 산업스파이 혐의 기소 파장

지난 16일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국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케리 장관이 중국을 떠난 직후 법무부는 중국인 6명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기소했다. [AP]

중국의 잇단 첨단기술 빼돌리기에 쐐기
냉랭한 미·중 관계에 새로운 악재 우려

미국 2006년 부터 산업스파이법 시행
지난해에는 중국 현역군인 5명 기소도

‘미·중 관계에 새로운 악재가 터졌다.’ 지난 19일 법무부가 중국인 6명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기소했다는 발표 후 나온 반응이다. 중국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창설과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강행 등으로 가뜩이나 냉랭해진 미국과 중국 관계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는 것이다. 일단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에는 중국 정부의 관련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추가 수사 과정에서 연관성이 밝혀질 경우 파장은 커질 것이라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징황 연구원은 “만약 이번 사건에 중국 정부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양국 관계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발표 시점도 주목된다. 존 케리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직후인데다 시진핑 주석의 9월 방미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소건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워싱턴이 베이징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첨단 기술을 손에 넣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전방위 첩보 활동에 대한 경고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중국 정부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의 발표 다음 날 홍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오래 전부터 산업스파이 행위에 반대해 온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중국인들의 권익 옹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간 ‘총성없는 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제조업 강국으로의 경제구조 체질 개선에 나선 중국은 각 분야의 첨단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고 미국 기업들이 주요 타겟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5월에는 중국의 현역 군인 5명이 ‘산업스파이’ 혐의로 기소됐고, 이보다 앞선 3월에는 듀폰사가 개발한 자연색소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2명의 엔지니어 배후에 중국 기업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기술안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유학파가 주도한 사건

지난 16일 LA국제공항에서 중국 톈안대학의 장하오 교수가 ‘산업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하는 길이었다. 이어 법무부는 19일 장 교수를 포함 중국인 6명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무선통신 관련 첨단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중 3명이 2000년대 초반 USC에서 함께 전자공학을 공부하며 학위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2006년 학위 취득 후 모두 미국 기업에 취업을 했다. 장하오는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스카이워크스(Skyworks), 팡웨이라는 인물은 콜로라도 주에 있는 아바고(Avago), 그리고 함께 기소된 장후이수이는 샌호세에 있는 마크렐 반도체에 각각 자리를 잡았다. 아바고는 휴대폰 등 무선통신 기기에 사용되는 음향 필터 기술(원하지 않는 신호를 걸러주는 기술) 특허권을 갖고 있는 업체다. 이 필터 칩은 휴대폰의 소형화에 꼭 필요한 부품으로 삼성,애플,모토롤라 등 주요 휴대폰 생산업체들이 모두 사용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연간 10억 달러에 이른다. 아바고사는 이 기술 개발에 20년간 5000만 달러나 투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입사 직후부터 서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창업을 논의했다. 펭웨이는 ‘제작 과정에 관한 내용을 최대한 상세하게 파악해 그 내용을 중국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공범들에게 보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이후 이들은 귀국해 톈진대학 교수로 함께 근무하며 창업을 했고 생산된 제품을 중국 기업은 물론 군에도 판매했다. 이들은 훔친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타인 명의로 미국과 중국에 특허 신청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멜린다 해그 샌스란시스코 연방검사는 “실리콘밸리는 물론 가주 지역 기업들이 개발한 첨단 기술이 외국 정부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리없는 전쟁

중국 정부는 부정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한 중국의 산업스파이 행위가 오래 전부터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도 이렇게 불법적으로 취득한 첨단 기술을 통해 가능했다는 것이다. 산업스파이 활동에는 정보 요원뿐 아니라 학생이나 엔지니어 등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중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이 급증한 것은 10여년 전 부터. 이에 연방하원은 2006년 산업스파이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한 산업스파이법(Economic Espionage Act)을 만들기도 했다.

산업스파이법 시행 이후 발생한 중국 관련 주요 사건들을 알아본다.

▶동판 그렉 정(Dongfan ‘Greg’ Chung) 사건

중국계 귀화 시민으로 보잉사에 근무하던 동판 그렉 정은 중국에 군사 및 우주선 관련 기밀들을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나사(NASA)의 우주선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던 인물. 그는 조사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자백했으며 그의 집에서는 수 많은 기밀 서류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치 막(Chi Mak) 사건

치 막은 중국계 귀화 시민으로 가주의 방위산업체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인물. 그는 중국 정부에 미국 해군 함정과 잠수함에 관련된 정보를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2008년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현역 군인 기소 사건

지난해 5월 법무부는 중국의 현역 군인 5명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들은 철강 회사인 US스틸을 비롯해 원자력 업체인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 등 5개 기업의 컴퓨터를 해킹에 기술 정보와 재무 자료 등을 빼낸 혐의다. 또 철강노조(USW)의 컴퓨터까지 해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중국 인민해방군 61398부대 소속으로 이 부대는 해킹 전문 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임스 코미 FBI(연방수사국) 국장은 “중국 정부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공공연하게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필 기자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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