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미국서만 매년 새 환자 5만 명…에볼라 사망률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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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휩쓴 전염병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하는 전염병의 등급은 총 6단계. 1단계인 감염성 질환부터 6단계인 판데믹(Pandemic) 단계까지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경우 WHO는 지역사회로의 감염을 일으킨 적이 없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대략 2~3단계 사이인 것이다. 신종플루와 에볼라 바이러스는 5단계인 에피데믹(Epidemic) 등급까지 갔다. 메르스를 계기로 전염병에 대해 알아봤다.

인류 역사는 전염병과 전쟁

의학이 발전하고 백신 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전염병은 엄청난 공포로 다가온다. 교통이 발전하고 사람들 간의 이동이 급증하며 전염병의 전파속도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창과 방패의 전쟁처럼 백신을 넘어 진화하고 변종하는 바이러스는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종말 시나리오 중 하나다. 누군가는 한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124만 명, WHO 2010년 기준)나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연간 600만 명)를 들어 전염병의 위험을 낮춰보지만, 지진이나 해일, 화산폭발보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다. 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 규정했다.

인류와 전염병의 전쟁은 인간이 도시를 만들고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서막이 올랐다. 과거 소규모 집단 내 발병과 달리 급속한 확산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첫 전염병은 아테네 역병이다. 대표적 도시국가인 아테네에서는 기원전 430년경 역병이 유행했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아테네 역병이 고열, 염증, 구토, 궤양 등의 증상을 수반했으며 살아남더라도 기억상실증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서술했다. 당시 4년간 전염병이 돌며 아테네의 인구 1/4이 숨졌다. 역병으로 세력이 약해진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하며 쇠락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이 병의 증상을 기록에 남겼다. 아테네 역병은 천연두, 발진티푸스, 탄저병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아우렐리우스 천연두에 희생

국제적인 전염병의 첫 사례는 서기 165~180년 사이 로마 제국에서 유행한 천연두다. ‘명상록’으로 유명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 황제시절 중동지역에 전쟁을 나갔던 로마 군인들이 귀국하며 이탈리아 전역으로 전염병이 퍼졌다. ‘안토니우스 역병’으로 불리는 이 전염병으로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비롯해 500만 명 이상이 숨졌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명상록을 통해 “나를 위해 울지마라. 역병과 수많은 다른 이들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541년부터 750년 사이엔 동로마제국에서 창궐한 ‘유스티아누스’ 전염병이 돌았다. 이집트에서 전파된 이 전염병으로 하루 1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동로마 제국의 1/4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발열, 림프선 종창, 환각 등의 증상을 수반하는 유스티아누스 전염병은 발병 후 5일이 지나면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죽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비잔틴제국 전체에 영향을 미친 이 전염병으로 유럽인구의 50~60% 가량이 감소했다. 의학계에서는 ‘유스티아누스 전염병’을 1차 페스트라고 부른다.

14세기 흑사병 7500만 명 사망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전염병은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이다. 유스티아누스 전염병 이후 1300년대까지 유럽의 인구는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판데믹의 그늘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1347년 처음 창궐한 흑사병으로 유럽에서만 총 7500만~2억여 명이 사망했다. 유럽 중세사를 연구하는 사학자 필립 데이리더는 2007년 저서에서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한 초기 4년간의 희생자는 통상 인구의 45~50%로 추산되고 있으나 실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남부 등에서는 인구의 80%가 희생되는 경우도 빈번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럽의 흑사병으로 병의 근원지로 지목된 외국인, 한센병 환자, 부랑자 등이 대량학살을 당했고 흑사병 환자의 시체가 전쟁에서 생화학 무기로 활용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에서도 흑사병이 돌아 전체 중국 인구의 30%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시에나의 역사기록가 아뇰로 디 투라는 “매일 밤낮으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어갔다. 역병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 머지 않아 온 땅이 묘지로 덮이리라. 나 또한 다섯의 아이들을 내 손으로 묻었다. 이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며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믿었다”고 참상을 기록했다. 흑사병은 14세기 이후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유럽과 지중해 연안에서 지속적으로 창궐했다.

나폴레옹 진군 막은 발진티푸스

그 밖에 퓰리처 상을 수상한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통해 알려진 아메리카 대륙의 전염병 확산도 유명한 이야기다. 15세기 신대륙 개척 당시 스페인으로 대표되는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총기, 철제무기와 함께 천연두 등 질병을 전파했다. 에르난 코르테즈가 이끌고 간 500여 명의 군대가 퍼트린 천연두로 아즈텍인 등 500만~800만 명이 사망했다. 역사가들은 유럽인이 이주한 후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20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19세기 대표적 전염병은 결핵이었다. 결핵은 사람의 재채기나 기침에서 나온 미세한 침방울을 통해 사람끼리 전염되는 질병이다. 수년간 사람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병을 일으킨다. 결핵으로 인해 1800년대 초반까지 유럽 인구 전체의 4분의 1이 사망했다.

1812년 러시아 정벌에 나선 나폴레옹의 50만 대군을 멈추게 한 것도 전염병이었다. 당시 프랑스군의 2/3가 발진티푸스로 사망했다. 발진티푸스는 공산주의 혁명이 한창이던 러시아에도 번져 레닌이 사회주의가 발진티푸스를 물리치거나 발진티푸스가 사회주의를 좌절시키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인 신문 보도 ‘스페인 독감’

19세기 후반 루이 파스퇴르가 백신을 발명하고, 20세기 알렉산더 플레밍이 항생제(페니실린)를 발견했다. 이후 탄저균과 결핵, 콜레라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지만 전염병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1910~1911년 사이 중국 만주에서 독감이 발병해 약 6만 명이 사망했다. 1918~19년에는 프랑스에서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스페인 독감이 발생해 2000만 명에서 5000만 명이 죽었다. 이 전염병이 스페인 독감으로 불린 것은 스페인에서 시작돼서가 아니라 스페인 신문에 처음 보도됐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에도 스페인 독감이 퍼져 인구의 절반 가량인 740만 명이 감염되었고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무오년 독감)되어 있다. 그 밖에도 1968~69년 홍콩 독감으로 전세계 100만 명이 사망했다.

20세기의 가장 무서운 전염병으로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가 있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의해 전염되는 에이즈는 1981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해 처음 보고된 이후 감염자가 계속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은 3600만 명에 이른다. 미국에서만 매년 5만 명의 새로운 에이즈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3500만 명이 이 병에 감염된 채로 살고 있다. HIV로 사망하는 이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이다.

새로운 전염병들

1969년 윌리엄 스튜어트 미국 공중위생국장은 전염병은 이제 대부분 끝이 보인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오늘날도 다양한 질병들이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아래는 20세기 말부터 최근까지 인류를 괴롭히는 새로운 전염병들이다.

1.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코로나·MERS-CoV)=유럽질병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최근까지 23개 국가에서 114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465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40%다. 높은 치사율에 반해 전염성은 낮다. 급속도로 전파됐던 사스와 달리 호흡기가 아니라 침방울과 같은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낙타, 박쥐 등을 매개체로 감염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며 잠복기(2~14일)를 거친 후 고열과 호흡곤란, 급성 신부전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2. 에볼라(ebola)=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는 현재 가장 큰 위협이다. WHO에 따르면 최대 피해 3개국인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기니 감염자 수는 2만6593명으로 사망자 수는 1만1005명을 넘어섰다. 야생박쥐인 과일박쥐를 통해 확산된 에볼라바이러스는 고릴라·침팬지 등에서 인간에게 2차 감염되기도 하며 주로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직접 전파된다. 2~21일의 잠복기 후 발병하며 열, 오한,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며 사망률은 60%에 달한다.

3. 신종인플루엔자(H1N1)=’신종플루’라 불리는 이 독감은 2009년 3월 북미대륙에서 발생해 전세계 214개 국가에 퍼진 호흡기 질환이다. WHO는 1만8500여 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미국 조지워싱턴대 공중보건센터는 사망자가 20만3000명이라고 보고했다. 국내에서도 확진 환자가 75만 명(추정환자는 150만 명)으로 이중 250여 명이 사망했다. 돼지에서 처음 기원했으며 감염된 환자의 기침, 재채기로 인해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전파된다. 증상은 고열, 근육통, 두통, 오한 등이다. 치사율은 1% 미만이지만 확산력이 높아 전세계로 급속도로 퍼졌다.

4.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는 2002년 중국 광둥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호흡기 질환으로 6개월 만에 5000명이 감염되었으며 30개국에서 8000명 이상이 감염돼 774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는 3건의 추정환자와 17건의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발열, 기침,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며 폐렴으로 진행돼 사망하기도 한다. 박쥐와 사향고양이에서 퍼지기 시작한 사스는 약 10% 정도의 치사율을 보였다.

5. AI(조류독감·H5N1)=1997년 홍콩에서 최초로 인체감염된 조류독감은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과 분비물로 사람에 전염된다. H5N1은 인체에 침입하면 1~3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독감과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고열, 기침, 근육통 등과 함께 폐렴, 유행성 결막염 등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및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 인체 감염자가 발생해 총 17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말부터는 또 다른 형태인 H7N9 조류독감으로 홍콩에서 300명 이상이 숨졌다.

정원엽 기자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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