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엔 기쁨의 함성…쿠바계 마이애미는 분노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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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 선언
“쇠락해진 경제에 숨통” 환호
“야만적 독재정권에 양보” 비난
교황이 양국 설득 막후서 역할
미국과 쿠바가 관계 단절 53년 만에 다시 국교 정상화를 시작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17일 쿠바 공산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쿠바계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카스트로에 반대하는 한 주민이 오바마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AP]

17일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자 쿠바인들은 “삶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며 역사적인 날을 기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쿠바 수도 아바나 곳곳에서는 국교정상화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행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각급 학교에서는 수업을 중단한 채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카를로스 곤살레스라는 IT 전문가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쿠바인들에게 이건 정말 한 줄기 산소같은 일이다”라며 “구소련의 지원이 끊긴 이후 쇠락해진 경제는 최근 여러 차례에 걸친 소규모 개혁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았는데 국교 정상화로 교역량 증가를 비롯해 많은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교 정상화를 발표하면서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로 하여금 쿠바 여행과 송금과 관련한 규제를 개정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가족방문이나 공무출장, 취재, 전문연구, 교육, 종교, 인도적 지원 등 미국 정부가 인정하는 12개 분야에서 출입국 허가증을 받은 미국인은 쿠바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

기업과 민간 분야의 여행은 당분간 규제가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규제가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교가 단절된 상태에서 특별 비자를 받고 우회해서 쿠바를 방문한 미국인은 지난 2년간 9만명에 달한다. 인근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 2번째로 많다. 조만간 규제가 풀리고 직항노선이 생기면 쿠바의 관광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연간 500달러로 제한된 기부성 송금한도도 2천 달러로 인상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쿠바 국민의 정보통신망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통신사업자들이 쿠바에서 상업용 정보통신 및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와 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으로서도 이해를 주고 받는 윈윈 거래라고 할 수 있다.

아바나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른 것과 달리 피델 카스트로 공산당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쿠바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이날 분노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1950~1960년대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망명한 이들은 거리에 모여 오바마 대통령을 탄핵하라며 국교 정상화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쿠바 출신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백악관이 얻은 것은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을 쿠바에 양보했다”고 비판하면서 주쿠바 미국 대사관 개설 및 대사 임명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막후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양국 관계 정상화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교황과 가톨릭 교회의 역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CNN에 사상 첫 남미 출신인 교황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수감된 미국인을 석방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고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수감된 쿠바인을 풀어줄 것을 설득하며 개인적으로 호소했던 것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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