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을 약탈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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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업소 22곳 폐허로…리커 3곳은 불타
시위 수그러들었지만
외곽지역은 약탈 여전

볼티모어 폭동 시위자들의 약탈과 방화로 인해 한인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28일 오후 방화 피해를 입은 옥스포드테이번 리커스토어앤바 내부가 시위대가 지른 불로 모두 불에 탔다. 가게 앞 현금자동지급기도 뜯겨진 채 불에 타 처참한 모습이다. 리커스토어 주인 성 강(뒤쪽)씨와 친구 제이슨 박씨가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

마치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듯했다.전날 무법천지로 돌변했던 볼티모어 시내를 28일 오전 찾아갔다. 불 탄 자동차, 유리창이 깨진 상점 등 격렬한 폭동의 흔적들이 거리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메릴랜드 식품주류협회에 따르면 이번 폭동으로 피해를 본 한인 업소는 22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 업소들은 대부분 무차별적으로 약탈을 당해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특히 폭동의 진원지였던 노스 애비뉴 선상의 김진석씨와 최한복씨가 운영하는 리커 업소와 역시 한인 업소인 ‘노백 그로서리’ 등 3개 리커가 불에 전소됐다. 식품협회는 피해 신고 접수가 본격화되면 한인 피해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위가 어느 정도 잦아졌다고는 하지만 외곽 지역은 아침까지도 약탈의 여진이 남아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폭동의 진원지에서 남쪽으로 5마일 떨어진 루트 40 인근 웨스트 랜밸 스트리트. 주택가 뒤편 인적 드문 곳에 자리 잡은 박영민 씨의 리커스토어다. 업소 창문은 모두 깨진 채였고, 내부 물품들은 거의 다 약탈당했다.

가까이 가서 피해상황을 확인하려고 차를 세우고 내리려는 순간, 커다란 가방을 둘러멘 흑인 남성이 가게에서 뛰쳐나왔다. 깜짝 놀라 다시 차량 안에 주저앉았다. 박 씨에게 전화를 거니 “나도 폭도들 때문에 가게에 가지 못했다. 경찰력이 아직 미치지 못하는 곳이니 빨리 자리를 피하라”는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업소 내 물건들을 거의 다 빼앗긴 데 대해 박 씨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참담한 심경”이라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게 했던 터전을 잃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차를 돌려 다시 폭동의 중심지 노스 애비뉴 선상의 ‘원더랜드 리커스토어’를 찾았다.

20년째 한 자리에서 영업해온 윤석원씨의 리커스토어도 이곳에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텅 빈 진열대, 텅 빈 창고가 눈에 들어온다. 밤새 모두 털렸다. 피해 금액은 10만 달러가 넘는다.

윤 씨는 “이곳에서 20년, 볼티모어에서 34년 장사하는데 이런 난감한 상황은 처음”이라며 “아침 6시에 나와보니 난장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폭동이 시작된 몬다민 몰에서 조금 떨어진 ‘킴스 리커스토어’는 이한엽씨가 2년 전부터 운영해온 업소다. 업소 안은 처참할 정도였다. 자물쇠를 절단하고 침입한 시위대는 ATM으로 계산대를 막은 방탄유리를 깬 뒤 안으로 진입해 본격적으로 약탈을 시작했다.

윤씨는 인터넷에 연결된 CCTV를 통해 업소가 부서지고 물건이 도둑맞는 과정을 집에서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폭도들은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가족 단위로 들락거리며 물건을 실어 날랐다. 약탈은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이 씨는 “내 삶의 전부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참을 수가 없어 밤 11시에 차를 몰고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지금은 출동할 상황이 못된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이런 약탈은 상상조차 못했다. 시내가 전쟁터 같다고들 하는데 내게는 전쟁보다도 더 잔인한 상황”이라고 허탈해했다.

볼티모어=허태준 기자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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