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비바람과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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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내려가는 줄 알았어요.” 지난 주말 타주에서 처음 시애틀에 온 목사님은 밤새도록 비가 내려 우려 했다고 한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 17일까지 워싱턴주 전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까지 불어 큰 피해가 났다. 아침 출근길에 비-, 저녁 퇴근에도 비-, 밤에 자다 깨도 빗소리가 주룩주룩 들렸다.

강풍과 폭우로 3명이 떨어진 나무에 숨지고 37만 가구가 정전되고 여러 강들이 홍수로 범람했다. 시애틀은 여름철 날씨가 좋지만 11월은 비바람의 스톰으로 유명한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산악지역에는 많은 눈이 내리고 날씨도 차가워 겨울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실감된다.

앞으로 춥고 비 많이 오고 눈까지 내리는 긴 겨울이 우리 앞에 있다. 지난여름 몇 개월이나 비 내리지 않고 사상 최고로 더웠다는 그 좋았던 시애틀 날씨가 벌써 그리워진다.

그러나 전혀 다르게 19일 부터는 다시 파란 하늘이 보이고 하얀 눈들이 덮여 있는 산위에 햇살이 눈부시다. 아름다운 시애틀 풍경을 보며 타주에서 오셨던 그 목사님이 조금만 기다렸으면 이렇게 좋은 날들을 볼 터인데 하필 비 많이 오는 날 오셨다 가시게 되어 아쉬움이 가득하다.

우리 인생에서도 어떤 시련과 어려움이 있을 때 인내하면 좋을 때도 오는데 우리들은 항상 당장 보이는 것에 불평불만 하는 약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사실 11월의 많은 비 덕분으로 시애틀의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하며 숲이 무성하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애틀은 가을철 산속에서 채취하는 향긋한 송이버섯들이 유명한데 이 버섯들은 많은 비가 내려야 좋다고 한다.

소나무에서만 자라는 송이버섯은 기온이 낮아지고 비바람이 불어야 포자가 널리 퍼져 잘 자라는데 태풍이 불고 비가 많이 와야 작황이 좋다고 한다. 우리 삶속에서도 앞에 보이는 어려운 상황에만 좌절하지 말고 오히려 태풍이 불어야 더 좋은 버섯처럼 보이지 않는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오는 11월 26일은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다. 1620년 12월 102명의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이 미국 땅에 온 후 혹독한 겨울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반이 사망하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었으나 다음해 가을 거둔 수확에 하나님께 감사했다는 유래처럼 이날은 감사의 날이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나갔다가 춥고 어둔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어려운 이민생활이지만 청교도들처럼 어떤 환경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진정한 감사가 있을 때 우리도 절망보다는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파리의 테러로 인해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본토 테러 위협으로 우리들의 마음조차 더 어두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파리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바타클랑 극장을 비롯해 에펠탑 등 주요 관광지들과 학교도 다시 문을 여는 등 정상화됐다고 한다.

파리 시민들은 “테러범들은 우리가 두려움 속에 살기를 원하겠지만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평화로운 방식으로 폭력에 맞설 것.” 이라고 말했다. 테러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테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도 11월 많은 비와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 같이 우리 삶의 기둥들이 쓰러지고 파리 테러처럼 무너지는 여러 고난이 찾아온다 해도 우리는 항상 두려움 속에 갇혀있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 속에서 더 잘 자라나는 송이버섯 같이 소망과 용기를 가지고 믿음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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