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리포트] ‘수수료 비싼 401K 플랜 선택은 회사의 잘못’ 판결…작은 회사는 401K 제공 포기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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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의 대표적인 은퇴연금인 401K의 수수료를 둘러싼 소송에서 대법원이 수수료가 비싼 펀드를 고른 것은 회사의 책임이라고 판결하면서 앞으로 펀드상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

회사도 기관투자가 같은 신의성실 의무 일부 부담
수수료만 다른 비슷한 구성의 회피상품 늘어날 수도

지난 18일 대법원이 “기업은 직원들의 401k가 부적절한 투자가 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에디슨 인터내셔널의 전·현직 직원들은 회사가 수수료가 비싼 401K 플랜을 선택해 손실을 보았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과잉 수수료와 투자 손실에 대해 원고에 37만732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제기일로부터 6년이 지난 일이라는 이유로 회사 손을 들어주었던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지난해 9월 30일 현재 5300만 명이 가입한 4조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플랜에 상대적으로 비싼 개인투자자 수수료가 적용되는 펀드가 적합한 것이냐는 것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중 하나는 수수료였다. 뮤추얼 펀드는 주로 일반 개인에게 판매하는 개인투자자용 펀드와 주로 기관과 연금펀드에 판매하는 기관투자가용 펀드로 나뉜다. 수수료는 개인투자자용 펀드가 더 비싸다. 소송에서 원고는 회사가 수수료가 비싼 개인투자자용 펀드를 선택해 장기적인 투자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수수료는 장기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지금까지 열띤 논쟁거리였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10만 달러를 20년간 투자했을 때 수수료 0.25%와 1%의 투자수익은 3만 달러의 차이를 보였다. 뉴욕 소재의 싱크탱크인 디모스는 2012년 평균 수입이 15만5000달러인 맞벌이 부부를 기준으로 할 때 수수료가 평생 투자 수익의 3분의 1에 해당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반대로 수수료가 높은 일부 펀드는 수익도 높았다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지만 예외적인 경우로 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대체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펀드는 1% 정도의 수수료가 일반적이다. 소극적으로 관리하는 펀드는 이보다 싸다.

판결의 또 다른 의미는 기업도 기관투자가의 신의성실 의무를 일정 부분 안게 됐다는 것이다. 기관투자가에게는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주의를 기울이고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해선 안 되는 신의성실 의무가 있다. 401K의 제공자인 기업도 투자 플랜을 감독하는 신의성실 의무를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401K 펀드와 운용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선 직원들이 401K와 관련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이 쉬워졌다는 것이 꼽히지만 당장 기업은 401K 운영에서 부담이 늘었다. 수수료와 관련한 플랜의 심의를 늘리고 수수료가 비싼 상품을 그렇지 않은 상품으로 대체하고 펀드사와 수수료 인하 협상을 하려면 인력과 시간이 들어가야 한다.

반면 이번 판결이 선의를 갖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가입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소규모 직장에서는 401K에 가입하지 못할 수도 있고 옵션이 지금보다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규모 회사의 경우 어쩔 수 없이 고비용 옵션을 택하는 곳도 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직원의 혜택만큼 회사가 받는 혜택도 고려한다. 작은 회사의 경우 전직원에게 혜택을 제공하면서 수수료가 낮은 펀드를 고르기 어려울 경우 소송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예 401K를 고려하지 않거나 없애는 곳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과 같은 판결을 피해 갈 수 있는 복잡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는 회사는 대체가 가능한 비슷한 펀드가 있다면 수수료가 싼 것을 고를 수 있다는 언급이 있다. 이번 판결의 취지와 상관없이 회사는 펀드를 선정할 때 수수료 구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수익보다 수수료에 우선하는 판결 앞에서 성격은 비슷하지만 수수료가 조금씩 다른 상품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내용이 비슷한 상품이 여러 개 있다면 수수료가 싼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용이 비슷하다고 해서 수익이 같지는 않다. 수수료가 비싸지만 수익이 높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 판결이 가입자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볼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에도 결국 투자 수익을 올리는 데는 개인의 역할이 크다고 조언한다. 우선 자신의 401K 투자 상품과 수수료를 확인하라고 권한다.

안유회 기자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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