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삶을 소중히 여겨라”…공지영 ‘딸에게 주는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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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위녕, 산다는 것도 그래. 걷는 것과 같아. 그냥 걸으면 돼.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돼. 그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그 순간을 가장 의미 있게, 그 순간을 가장 어여쁘고 가장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있게 만들면 돼. 평생을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있게 살 수는 없어. 그러나 10분은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 있다. 그래, 그 10분들이 바로 희말라야 산을 오르는 첫번째 걸음이고 그것이 수억개 모인 게 인생이야. 그러니 그냥 그렇게 지금을 살면 되는 것.”(27쪽)

“엄마가 절대 만나지 않는 사람은 왠지 돌아서 오는 길에 기분이 더러워지는데 뭣 때문인지 잘 모르겠는 사람, 입만 열면 비관적인 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사람, 뭔가 답하기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 사람(예를 들며, 음담패설이나 뭐 그런 것을 늘어놓는 사람, 요즘에는 그것을 지성으로 포장까지 해가며), 또 인간에 대한 절망을 느끼게 하는 사람 등등이야.”(74쪽)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이 에세이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냈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즐거운 나의 집’ 화자로 등장했던 첫째딸 ‘위녕’에게 하는 대화체 문장으로 삶의 단상을 풀어냈다.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에, 작가는 허심탄회하게 마음 속 상처도 털어놓는다.

“엄마는 결혼 생활 동안 마치 ‘누가 뒤에서 총이라도 겨누는 것처럼’ 이 모든 것들을 죽도록 하고 비난을 받아왔어. 그 때는 참으로 펄쩍펄쩍 뛸 거 같더라고. 솔직히 지금은 내가 왜 그 때 더 열심히 음식을 하고 집안을 꾸미지 않았나, 후회를 하는 게 아니라. ‘대체 뭐한다고 그렇게 죽자고 음식을 만들고 집을 꾸몄나’ 이런 후회가 든다니까.”(291쪽)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이 사춘기 소녀 위녕의 눈을 통해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한 베스트셀러 여성 작가의 굴곡진 삶을 쿨하게 그려냈다면, ‘딸에게 주는 레시피’는 엄마이자 인생 선배로서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삶의 깨달음을 담담하게 전하는 에세이다.

작가는 자신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게 된 것들을 막 성인이 될 위녕에게 다정하게 알려준다. 엄마가 된 젊은 여성들이 직업전선에 나서야 하는 세상이 됐다며, 결혼을 현실도피처로 생각하고 ‘취집'(취업 대신 결혼하기)을 꿈꾸는 여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한다.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아기도 보는데, 이런 노동의 대가를 받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지요?’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노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어. 밥값을 남에게 지불하게 한다고 말했지. 나는 사회적 지불에 대한 문제를 말하고 있어. 네가 사회적으로 직업을 가지지 않겠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남(편)에게 위임한다는 것을 의미한단다.”(71쪽)

“만일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를 만나 변했다면 그건 그 남자가 변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란다. 그녀를 만나지 않았어도, 다른 여자를 만났어도, 강아지를 새로 키우거나 닭이나 고슴도치를 키웠어도 그가 그렇게 변했을 거라는 데 500원을 걸 수 있지. 불행하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우리에겐 다른 인간을 변하게 할 능력이 없단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네 친구가 자신을 더 좋게 변하게 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또 하나. 남을 변하게 하려는 능력은 그를 분노케 한단다.”(129~131쪽)

작가는 삶은 공평하지 않고 행복하기만 하지도 않다며, ‘삶은 자기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27개의 초간단 요리법을 알려주면서 인생을 대하는 자세, 좋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방법, 힘든 시간을 이기는 방법 등을 말한다.

“돈에 절절매는 친구들을 보면 혼자 속물이라고 생각하며 오만방자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주 잘못된 태도였단다. 돈은 실제로 이 세상을 움직이는 몇 안되는 원리 중 하나란다. 그런 것을 내 맘대로 얕잡아보는 것. 그건 내가 세상을 올바로 접근하는 태도가 아니었던 거지. 그럼 반대로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것, 엄마는 이런 사람들을 이 세상에서 가장 경멸하고 가장 싫어했는데 지금 이 나이까지 살다보니 그런 내가 후회스럽다.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돈을 경멸했던 엄마의 젊은 날보다 오히려 더 세상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했었다.”(192쪽)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네가 만나는 친구들을 제한하는 남자는 딱 두 번의 만남이면 아주 많지. 그것이 결혼이라는 틀로 옮겨 갔을 때 남자는 가정이라는 소왕국의 책임자가 될 확률이 높아. 일종의 정서적 직장 상사가 된단 말이지. 네가 직장에서 어떤 상사와 일할 때 편했는지 그려보면 안단다.”(228쪽)

공지영은 작가의 말에서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면 자신이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 늘 다른 사람하고 비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인생을 행복하게만 살다 간 사람은 없다. 다만 덜 행복하게 더 행복하게 살다가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것을 택할지는 본인 몫이다”고 말했다. 316쪽, 1만3500원,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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