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주세요”…이라크 내 기독교인 ‘아시리안’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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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지옥같은 현실…굶주림·IS 칼에 죽어”

남가주·OC기독교협회 “적극 돕겠다”

‘살려달라’는 한마디가 이보다 절실할 순 없다. 28일, LA 풍성한 교회에서 아시리안 커뮤니티 관계자들이 한인 교계와 만남을 갖고 지원을 요청했다. 아시리안은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타겟이 된 이라크 내 기독교를 믿는 소수계다. 아시리안과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 김상진 기자

네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몸에 수십 개의 총알이 박혀있다. 참수 된 갓난 아기, 그 옆엔 아이를 지키려다 먼저 처형됐을 아버지가 눈을 뜬 채 쓰러져있다. 보기만 해도 폭발음이 들리는 것 같은 사진 속엔 무고한 이들이 흘린 검붉은 피가 깨진 유리조각에 엉겨있다. 이들은 기독교를 믿는 이라크의 소수민족인 아시리안(Assyrian)들. 오늘도 이곳을 장악한 ‘이슬람국가(IS.이라크 급진 수니파 반군)’의 무자비한 탄압을 피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슬픈 운명이다.

28일, LA한인타운을 찾아온 아시리안 커뮤니티 관계자 20여 명은 ‘살려달라’는 한마디로 모두를 울렸다. IS에 가족을 잃고, 정든 집을 떠나 숨죽인 20만 명을 대신한 말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아시리안 단체(AMO)를 이끄는 데이비드 라자 대표는 “마실 물도 없이 맨땅에서 버티는 하루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하든지, 맨몸으로 도망치든지, 죽임을 당하든지 3가지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국제사회가 나서지 않으면 ‘아시리안’을 책에서나 보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아시리안은 이라크에서 가장 탄압 받는 소수계다. 같은 소수계여도 쿠르드족은 대부분 이슬람을 믿고, 이라크 내 시아파는 이란의 도움을 받는다. 1세기에 기독교를 받아들인 아시리안은 태어나면서부터 탄압을 받왔다. 올 6월, IS가 이들의 거주지역을 장악한 이후부턴 최악의 밑바닥을 보고 있다. 남자들은 이유도 없이 끌려가 처형되고, 소녀들은 성노예로 팔린다.

IS는 얼마전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한 극단주의 테러집단이다. 아시리안 에이드 소사이어티(AAS)의 스텔라 페트로스는 “이 믿을 수 없는 사진과 영상들은 지금 이라크 북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옥 같은 현실”이라며 “이들은 아직 이라크를 떠나지 못해 ‘난민’자격도 없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굶어 죽거나, IS의 칼에 죽게 된다”고 울먹였다.

이날 아시리아 커뮤니티는 ▶아시리안과 야디지족을 위한 긴급구호물품 전달 ▶국제사회의 보호 ▶청원운동 등을 요청했다. 라자 대표는 “지난주 뉴욕 UN 본부에서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러시아 관계자들과 미팅을 갖고, 인도주의적 구호를 약속받았다”며 “한인들도 이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시리안의 눈물을 보게 된 남가주.OC기독교교회협의회 관계자 20여명은 “예수님의 언어를 쓰는, 첫 기독교인들이 이런 비참한 상황에 처한 줄 전혀 몰랐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모임을 계획한 티나 박 전 LA커뮤니티칼리지 교육위원은 “우리도 식민지의 설움을 겪어봤고, 지금도 일본군 성노예 피해역사를 알리고 있지 않으냐”며 “지금은 우리가 이웃을 위해, 인권수호를 위해 나설 때라고 생각한다. 종교와 국가를 떠나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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