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간통죄

0

간통죄. 한국에서 사라졌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26일 재판관 9명 중 찬성 7명, 반대 2명으로 간통죄를 위헌으로 선고했다. 62년 만에 폐지됐다.
한국에서는 형사 처벌받을 일 없으니 앞으로 바람피우는 일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실제로 콘돔, 피임약 제조업체 등의 주가가 올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지적한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형벌로 강제할 수 없다. 간통죄 조항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에 동감한다. 간통죄든 무엇이든 사생활 보호는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을 통해 미국이 세계 최고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30년전 이민 오기 전,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참으로 많은 개인 기본권을 침해당했다. 학창시절 장발 단속부터 길에서 가방 뒤지기, 불심 검문, 통행금지 등 미국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인권침해였다.
그래서 간통죄가 없는 워싱턴주에 살면서 한국에 간통죄가 거론될 때마다 후진국 법으로 여겨졌다. 미국에도 간통죄가 있는 곳이 아직도 21개 주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죽은 법이어서 세계적 추세로 볼 때 한국의 간통죄 폐지는 시기적절했다.
그동안 선량한 성도덕, 부부간 성적 성실 의무, 가족 및 여성 보호 등이 명분이었던 간통죄를 이번 헌법 재판소가 6번 만에 뒤집은 이유에는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 의식이 변했다”는 점도 있다. 뒤돌아보면 옛 고교시절까지 남녀학생들이 만나기만 해도 처벌받아 여학생과 데이트 한번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세계적 흐름으로 성이 개방되는 등 국민 의식도 크게 변화되었다. 이같은 영향으로 많은 가정이 무너져 한국의 이혼율이 세계적이 되었지만 아무쪼록 간통죄 폐지로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간통죄가 사라졌다해도 불륜이 합법화 되었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혼 혹은 재산 분할에서 불리해지고 민사적, 도덕적 책임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오래전 미국인 친구에게 한국은 간통을 하면 교도소에 간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미국의 경우 교도소 대신 총으로 쏠 수 있어 더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 다. 사실 간통죄가 없어 성이 자유로운 미국 같지만 오히려 총으로 전 배우자를 살해하는 더 무서운 사건이 많은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자녀들에게도 큰 불행을 주며 그동안 쌓아온 명예도 사라지는 등 형사 처벌보다도 더 귀중한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간통 문제는 이민생활 한인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오늘도 대부분의 한인들은 자녀들이 미국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부부가 아침 일찍부터 일터에 나가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등 가정을 세워나가기 위해 함께 하기 때문이다.
간통죄 폐지로 성적으로 더 문란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 가운데 우리 먼저 변함없는 부부의 사랑을 간직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지켜나갈 때 한국도 더욱더 건강한 사회, 건전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보도된 이 짧은 기사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중가주 프레즈노 카운티에 살던 플로이드(90)와 바이올렛(89) 하트위그 부부는 지난 2월11일 자택에서 행복한 숨을 거뒀다. 남편 플로이드가 숨을 거두고 5시간이 지나서 아내 바이올렛이 남편을 따라갔다. 이들 부부는 1947년 8월16일 결혼해 목화를 재배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다. 부부는 수년 전부터 노환으로 고생해왔다. 서로를 헌신적으로 지켜주던 부부는 지난 1월 플로이드의 노환이 겹치자 아예 침실에 간병 침대를 붙인 채 지내왔다”
67년을 함께 행복하게 살다가 함께 세상을 떠난 이 아름다운 부부 이야기가 우리 부부들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동근 편집국장)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