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철학·정신도 가르치는게 태권도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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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U 태권도 총책임직 은퇴하는 민경호 UC버클리 명예교수

69년부터 UCMAP서 지도 ‘산 역사’ 미국 협회 창설·체육회 가입 주도 올림픽·유니버시아드에 채택 주역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태권도 기술대표 은퇴를 선언한 민경호 UC버클리 명예교수가 한인사회의 성원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태권도의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함께 했지요. 그중에 나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게 영광일 뿐이에요. 특히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준 북가주 한인사회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미국 대학 태권도계의 대부’이자 ‘태권도 세계화의 주역’ 민경호(80·영어명 켄) UC버클리 명예교수가 공직 은퇴를 앞두고 지역 한인사회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민교수는 오는 7월 전남 광주에서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마지막으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태권도 기술대표에서 물러난다.

FISU는 유니버시아드 대회 주최 등 전세계 대학 스포츠를 총괄하는 기구로 민교수는 지난 1986년 태권도를 FISU에 공인 스포츠 종목으로 채택시키면서 총책임자인 기술대표에 오른 이후 30년을 재임해 왔다.

2001년 UC버클리 체육학 교수에서 은퇴했고 2006년에는 UC버클리 무도 프로그램(UCMAP) 디렉터 자리도 후계자인 안창섭 교수에게 물려줬지만 FISU 업무는 계속하며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동안 하고 싶은 일, 맘껏 다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인복이 많아서지요. 모두들 도와줬으니까.”

민교수는 UCMAP 잘 이끌어가라고 기금 모금 골프대회를 열어주는가 하면, 태권도 대회 스폰서도 돼주고 장학금도 지원해주는 등 한인사회가 보여준 관심과 성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현재 태권도가 미국내 대학 등 아마추어 스포츠계에서 누리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과 위상은 민교수가 걸어온 발자취와 맥을 같이 한다.

그 긴 여정은 용인대(전 대한유도대)를 졸업하고 1963년 유학 온 민교수가 조지아대, 몬태나대 등을 거쳐 69년 UC 버클리 체육과 조교수 겸 UCMAP디렉터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UCMAP에는 유도가 유일한 종목이었다. 태권도는 아무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민교수는 태권도 클래스를 개설해 곧 인기 종목으로 올려놓았고 체육학과의 정규 학점 과목으로 승격시키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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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대에는 UCMAP의 영구 존속을 위해 한국 문화체육부와 북가주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100만달러의 매칭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UCMAP에서는 현재 태권도를 비롯, 유도·용무도·우슈·타이치·가라데 등의 6가지의 동양 무도를 지도하고 있으며 학술적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UCMAP를 통한 태권도의 탄탄한 입지 구축은 대외 성과로 이어졌다.

1970년 전미 대학 태권도협회를 창설했고 1974년에는 전미 태권도협회를 만들어 미국 체육회에 가입시켰다.

탄력을 받은 태권도는 민교수가 FISU로 눈을 돌린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세계화에 나서게 됐다.

각종 국제 경기와 학술 대회 개최, 세계 스포츠 행정가들과의 교류 등 민교수의 활약은 2000년 올림픽 정식 종목, 200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정식 종목 채택이라는 결실로 나타났다.

이같은 공로로 2002년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석류장을, 2006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전세계에서 태권도가 다른 무도에 비해 빠르고 깊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비결을 “무도 철학과 정신을 함께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정의한 민교수는 “예절을 배우니까 파란 눈의 금발 머리 학생들도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교수는 “태권도의 위상이 높아진만큼 다른 무도들의 도전도 강해질 것”이라며 “유지, 발전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교수는 “미 대학 태권도협회장을 맡고 있는 안창섭 교수 등 후배들이 잘 이끌어 나가리라 믿는다”면서 “한인사회의 성원도 계속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광민 기자

 

 

[샌프란시스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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