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절경에 ‘눈이 바빠’ 걸음이 느려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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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굽이굽이 계곡속 호젓한 청학동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화개장터
지리산 청학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동네 훈장이 대청에 앉아 책삼매경에 빠져있다.

섬진강에 떠 있는 재첩잡이 배.
섬진강에 떠 있는 재첩잡이 배.

화개장터의 상징물인 보부상 조각상.
화개장터의 상징물인 보부상 조각상.

하동의 멋

하동은 어디든 절경이다. 섬진강은 하동에서 바다로 간다. 강 서쪽은 전남과 맞닿아 있다. 한라산에 이어 한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지리산(1915m)도 하동에서 솟았다. 바다와 강, 산, 계곡이 어우러져 구석구석 절경과 명승지를 빚어 놨다.

▶청학동

청학동은 해발 800m 지리산 중턱에 있다. 삼신봉 남쪽 자락에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이다.

가는 길은 굽이굽이 숲길이다. 울창한 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길을 벗어나면 드넓은 계곡이 나온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흐른 산줄기들이 이어오다 다시 높은 봉우리를 빚으니 삼신봉이다. 삼신봉이 양 옆으로 줄기 줄기 흘러내리는 한 가운데 널따랗게 분지를 이룬듯한 계곡에 청학동이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청암면 묵계리.

도인촌으로 가는 길 양 옆으로는 서당과 학당이 즐비하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명심보감 등을 바탕으로 한 유교의 예법과 한문을 가르치는 수련원 형태의 서당들이다.

한가로운 마을 곳곳에 삐죽삐죽 나온 펜션과 식당 간판들은 생경하다. 김화순 해설사는 “청학동은 지명이라기보다 이상향에 가깝다”면서 “40여년전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는 사람들이 문명에 길들여져 관광지화되고 있는게 아쉽다”고 했다.

청학동에는 ‘삼성궁’도 있다. 민족의 성조인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배달민족 성전이다. 신선도를 수행하는 수자들이 산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원을 담아 돌을 쌓죠. 1000개가 넘는 돌탑이 세워져 있어요.”

탑들은 신비롭다. 수자들은 새벽 3시에 수련하고 돌을 쌓는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돌탑이 세워지는 곳이다.

▶화개장터

화개장터는 악양들판이 있는 평사리에서 구례쪽으로 10여분 정도 거리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화합의 상징이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기도 하다.

과거에는 전국 7위의 거래량을 자랑할 만큼 번화했지만 지금은 채 50m도 안 되는 거리에 40평에 불과한 작은 장터다. 그래도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300가지에 달하는 각종 약초와 칡즙·호떡·국수 등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또 전통 풀무질로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은 명물이다.

본지 방문 당시 10월의 화개장터는 안타깝게도 지금 없다. 지난달 27일 새벽에 화재로 전체 80개 점포의 절반이 넘는 41개가 탔다.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이어지고 있고 하동군도 장터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꽃샘추위가 끝나고 4월로 접어들때쯤이면 화개에는 벚꽃이 만개한다. 십리(4km)를 이어가 ‘십리벚꽃길’로 불린다. 봄에 눈에 내린 듯 하얀 길이 마치 꿈길과도 같다. 연인이 두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 한다고 해서 일명 ‘혼례길’이라고도 한다.

근처에 있는 남도대교도 유명하다. 경상과 전라를 연결하는 길이 358m의 화합의 다리다.

▶쌍계사

화개장터에서 십리벚꽃길을 따라 지리산 안으로 들어가면 천년고찰 쌍계사를 만난다. 723년 신라 성덕왕 때 의상의 제자인 삼범이 창건했다. 840년 진감국사가 중국에서 차를 가져와 절 주위에 심고 대가람을 중창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돼 1632년 중건했다. 절 왼쪽과 오른쪽 계곡에서 흘러내려 온 물이 절 근처에서 합쳐지는 지형이라 쌍계사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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