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문인데…”항공 취소 페널티 너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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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메르스 여파…고민 커지는 미주 한인들

 

메르스의 여파가 한인타운에도 미치고 있다. 메르스 감염을 막기 위한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의 판매가 LA한인타운 내 약국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3가와 하버드의 우리약국에서는 현재까지 마스크 300여 장이 판매됐다. 김상진 기자

4인가족 3400달러 물기도
국적기 페널티 부과 고수
홍콩 민항기는 면제 대조

웃고 우는 한인 업체들
약국마다 보건용 마스크 인기
여행사는 취소율 10% 달해

LA에 사는 주부 김희영(가명)씨는 3살, 1살된 자녀 등 가족 4명이 한국 여행을 계획했다가 최근 고심 끝에 일정을 2주 연기했다가 무려 3400달러의 페널티를 물었다. 대한항공 비즈니스 티켓 4장을 구매했는데, 연기 페널티와 새 일정을 잡는데 그만큼 추가비용이 들었다. 김씨는 “페널티가 너무 많아 정말 고민이 컸다. 하지만 여행을 강행하기에는 애들이 어려서 어쩔 수 없었다”며 “이런 경우는 최소한 국적기들이 먼저 연기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국가적 재난에 왜 내 사비를 써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토런스에 사는 정 모씨의 고민도 다르지 않다. 맞벌이를 하는 정씨는 초등학교 2년, 유치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방학 기간 동안 한국에 보내기 위해 발권을 끝냈다. 4주 정도를 계획한 탓에 자녀들이 다니던 학원도 중단했다. 다음주까지는 결정을 해야 하는 데, 한국의 메르스 감염사태가 도무지 진정되지 않고 있어 정씨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정씨는 “비행기 일정 조정이나 취소로 페널티를 물어야 하는 것도 억울하지만, 일정을 바꿀 경우 방학을 한 애들을 또 어떻게 돌봐야 할지, 다시 학원을 보내려면 비용 마련을 또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국발 메르스(MERS) 공포가 미주 한인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녀의 방학을 맞아 한국 나들이를 계획했다가 일정을 연기나 취소하면서 적지않은 페널티를 무는 등 생각지도 못한 비용 지출이 늘고 있다. 한국의 친·인척 요청이나 비상용으로 보건용 마스크를 사는 일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LA인근의 일부 매장에서는 마스크가 동이나, 여러 군데를 문의해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사태가 이런데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메르스 감염 우려로 인한 여행 일정 변경이나 취소에 따른 페널티 부과 방침을 종전대로 고수하고 있다. 홍콩 민항기인 캐세이퍼시픽이 9일 한국행 여행객의 티켓 페널티를 면제해 주기로 결정한 것과 대조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메르스 감염 환자 및 직계 가족의 경우 7월 15일까지 출발이 확약된 마일리지 티켓 환불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실효성이 없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비난만 쏟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나마도 아직 아무런 방침이 없는 상태다.

▶국적기 일정 변경 및 환불 수수료 정책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일반석과 비즈니스석 티켓의 연기 및 환불 수수료는 거의 비슷하다. 보통 일반석은 일정 변경 페널티는 100~120달러, 취소로 인한 환불은 200달러다. 비즈니스석의 경우는 구입 후 7일내 출발 티켓은 변경이 150달러, 환불은 300달러, 28일내 출발 티켓은 환불은 불가하면 변경의 경우 450달러 정도다.

대한항공 측은 “티켓마다 판매 조건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페널티 액수에도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김씨의 경우 비즈니스석은 출발 조건이 제한돼 싸게 나온 터라 페널널티도 더욱 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건용 마스크 ‘N 95’ 동나

메르스 감염을 막기 위한 마스크와 손 세정제 판매는 LA한인타운 내 약국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3가와 하버드의 우리약국은 현재까지 마스크 300여 장이 판매됐다. 한국의 친인척 부탁이 많은 탓인지 손님들은 낱개보다 박스째 구입하고 있다.

우리약국의 엔젤 이 약사는 “예전에는 비상으로 한두개 정도 사가는 정도였는데 메르스 사건이 터지면서 주문이 폭증했다”며 “도매로 주문하려 해도 현재 공급사의 물건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이 찾는 제품은 일반인용 마스크가 아닌 ‘N95’라는 보건용 마스크로 한 개에 4달러 정도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KF94’에 해당하는 보건용 제품으로 의료인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리스약국의 존 이 약사는 “2주 전부터 마스크 판매가 늘어나면서 지금도 찾는 고객이 많다”며 “주로 출장자나 한국 방문을 예정하고 있는 고객들이 사간다”고 전했다. 신약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개 들이 제품을 박스째 구입하거나 손 세정제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모국방문 상품 문의 끊긴 한인여행사

여행사들은 티켓 환불 문의와 함께 한국방문 여행상품을 취소하는 사람들까지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하나투어의 장윤수 팀장은 “현재까지 한국행 티켓 취소율은 10% 수준이다. 항공권을 모국 방문 상품과 연계해 산 경우는 호텔 예약이 걸려있는 특별상품이라 별도 페널티가 있기 때문에 쉽게 취소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춘추 여행사 역시 한국행 취소율이 10%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모국 관광 문의가 크게 줄어 여행사들은 여름 특수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춘추여행사의 이상엽 부장은 “모국 관광 문의가 뚝 끊긴 상황”이라며 “모국관광을 취소하기를 원하는 고객에 한해 항공사 페널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환불 조치하고는 있지만 여행사로서도 피해가 크다”고 밝혔다.

김문호 ·이성연 ·이수정 기자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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