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내일의 꿈’보다 ‘오늘의 꿈’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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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뉴 아메리칸 드림은…전문가들에 물었다

창간 40주년 특집기획 ‘미주 한인 40대 보고서’는 흔들리는 40대들이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첫편에서는 40대 480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불혹이고 싶은 미혹’의 현실을 들었다. 현재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4%였고, 셋 중 두 명꼴로 이직을 고민중이었다. 대부분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에 왔지만, 현실은 더이상 ‘꿈’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역이민을 갈 생각은 없다(65%)고 했다.현실은 어둡지만 그들의 잠재력은 크고 밝았다. 한인 언론 사상 최초로 뇌프로파일링을 실시했다. 40대 한인 270명의 뇌가 전한 메시지는 ‘무한한 가능성’이었다. 할 수 있는 그들에게 새로운 꿈을 제시하는 것이 미주한인 40대 보고서의 마지막편이다. 모든 이민자들의 꿈인 ‘아메리칸 드림’의 재정립이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 5명은 “실현하는 과정이 좀 더 험해졌을 뿐, 꿈은 여전히 이룰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메리칸 드림을 수정해야 할 때다.”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아메리칸 드림은 붕괴됐지만, 그 자리에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룰 수 있는 꿈이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수, 작가, 언론인,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5명을 전화,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전통적인 아메리칸 드림은.

▶리처드 로드리게스(이하 로드리게스)=”아메리칸 드림은 이민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한사람 한사람의 꿈이 미국에 국가적 의미를 부여하고 신화를 만들었다.”

▶글렌 오마츠(이하 오마츠)=”역사적인 관점에서는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포용’이기도 하지만 인종차별의 폐쇄성을 강하게 만든 ‘차단’의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뜻한다.”

▶박계영(이하 박)=”코리안 아메리칸 드림을 따로 정의해야한다. 스몰비지니스 창업, 형제 및 부모 초청, 더 좋은 거주환경, 자녀 교육 등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독특한 목표가 설정됐다.”

-최근 CNN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59%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어렵다고 봤다. 꿈이 무너진건가.

▶박=”전통적인 드림은 무너졌다고 봐야한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게 헤게모니를 빼앗기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붕괴가 시작됐다. 정치, 경제, 사회 여러 방면에서 더 이상 미국은 매력적이지만은 않다. 한국에서 오는 이민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중 하나다. 교육의 나라라는 상징성도 사라졌다. 호주나 캐나다가 유학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내 학비는 올랐지만, 평균 이상의 균등한 교육의 질을 보장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브루스 베넷(이하 베넷)=”무너졌다기 보다는 자신감이 위축됐다고 본다. 눈여겨볼 수치가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미국 대학을 졸업하는 유학생중 취업으로 비자를 연장하는 비율이 45%에 불과하다. 경제위기로 일자리수가 줄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줄리안 도(이하 도)=”아메리칸 드림은 무너지지 않는다. 물론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의미가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겠지만 아직 이민자에게는 아메리칸 드림의 정의는 살아있다.”

-새 아메리칸 드림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오마츠=”만약 뉴 아메리칸 드림이 존재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꿈을 만드는 것이다. 또, 금전적인 목표에서 최근 이민자들은 커뮤니티로 뭉쳐 집단의 권익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옮겨지고 있다.”

▶로드리게스=”분명 아메리칸 드림은 다운그레이드 되고 있다. 거창한 아메리칸 드림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지 알기 때문에 더는 큰 꿈을 꾸지 않는다.”

▶박=”전통적인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진 대신, 작고 구체적인 희망들이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자격증이라던지 학위, 자녀 교육 등등 이룰 수 있는 목표들이다. 1990년대 온 가족이 이민왔다면, 이젠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에만 살지 않는다. 기러기 가족이 그 예다. 한국과 미국 양쪽을 다 붙들고 산다.”

-이민자들이 새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박=”아메리칸 드림을 리셋(reset)할 필요가 있다. 목표의 수정이다. 불확실하고 막연한 내일의 꿈만 꿀 것이 아니라 삶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오늘의 꿈을 만들어야 한다.”

▶베넷=”내 아들의 예를 말해주고 싶다. 박사 학위를 최근에 받았다. 그전까지 아들 부부는 좁은 아파트에서 세 명의 아이를 키우며 살았다. 공부를 마치기까지 7년이 걸렸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소 돌아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있나.

▶오마츠=”시인 랭스턴 휴즈의 시 제목을 인용하고 싶다. ‘미국이여, 다시 미국다워져라(Let America Be America Again)’다. 바꿔말하면 미국은 미국답기 위한 과정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미국다운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특별취재팀=정구현·장열·진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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