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눈 속, 마케팅 비밀…진화하는 얼굴인식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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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카메라로 성별·나이 등 수집
고객 선호할 의류 진열, 직원 배치
행인들 데이터 모아 광고 바꾸고
강도에 놀란 표정은 경찰 자동연결

 

이탈리아 알막스가 제작한 마네킹 ‘아이시(EyeSee)’. 마네킹 눈에 내장된 카메라는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의 연령.성별.인종 등을 인식한다.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는 400여개 매장에 얼굴인식 광고판을 설치했다. 고객이 광고를 보는 동안 얼굴 정보를 인식해 성별.나이 등을 분석하고, 고객이 관심 가질만한 광고를 골라 내보낸다. 회사에선 고객이 시선을 집중한 시간을 분석해 광고 효과를 측정할 수도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선 거리의 광고판이 보행자의 신원을 알아보고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미래형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얼굴인식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출입자를 통제하는 보안 용도로 쓰였다. 집.사무실 입구에 기기를 설치하고, 얼굴을 갖다대면 신원을 확인해 문을 열어주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상품결제나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중국 알리바바는 얼굴인식으로 모바일 결제를 하는 ‘스마일 투 페이(Smile To Pay)’를 도입할 예정이다. 마윈 회장은 지난달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전자통신 전시회 ‘세빗(CeBIT) 2015’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그는 전시장에서 판매 중인 기념우표를 사기 위해 알리바바의 전자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실행했다. 그리고 구매 버튼을 누르자 스마트폰 카메라가 마윈의 얼굴을 감지했다. 미리 등록해둔 얼굴과 동일한 인물임이 확인되자 바로 결제가 완료됐다. 알리바바는 “얼굴인식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많은 기업이 지문홍채인식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 활용폭 늘어

애플도 비슷한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의 잠금상태를 해제하는 특허를 등록했다.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로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한 뒤, 사전에 등록한 사진과 비교해 일치할 경우 잠금을 해제한다.

미국의 한 벤처기업이 선보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신탭(SceneTap)’은 얼굴인식 기능을 갖춘 카메라를 클럽.술집 등 가맹점에 장착, 술집의 분위기와 남녀비율.연령대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앱을 실행한 뒤 지도에 표시된 가맹점을 클릭하면 ‘여성 손님의 비율은 58%, 남성 평균 나이 30세, 여성 평균 나이 23세, 손님이 많이 붐비는 상태’ 식으로 정보를 알려준다.

얼굴인식은 마케팅 차원에서의 활용폭을 넓히고 있다. 한 이탈리아 업체가 제작해 미국.유럽의 백화점.의류업체 등이 도입한 마네킹 ‘아이시(EyeSee)’가 대표적이다. 마네킹 눈 부위에 내장된 카메라는 얼굴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마네킹 앞을 지나는 고객의 나이.성별.인종, 마네킹 앞에 머무른 시간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 마네킹을 설치한 한 의류업체는 할인기간의 첫째날과 둘째날에는 남성들이 여성보다 더 많이 소비를 많이 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제품 진열을 바꿨다. 또 특정 출입구로 들어오는 고객 중 3분의 1 이상이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그 입구에 배치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도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카메라에 찍힌 얼굴로 성별.연령대를 분석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실시간으로 성별과 연령별 5단계(유아.어린이.청년.중년.노년)로 분석하고, 해당 고객에 맞는 적정한 광고를 노출해 광고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모아진 정보는 향후 광고를 업데이트 하기 위한 데이터로 활용된다. 현재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 빌딩 지하에 설치된 옥외 광고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벤처기업 ‘파이브지티’는 편의점에 강도가 침입하는 등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놀란 표정만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지티캅’이란 기기를 선보였다. 위급상황 시 나타낼 표정을 기기에 미리 등록한 뒤, 비상시에 그와 비슷한 표정을 지으면 된다. 위급상황 표정을 지으면 기기는 매장 내외부에 사이렌을 울리며, 긴급 신호와 실시간 영상을 경찰에 전송한다. 파이브지티 정규택 대표는 “부모가 도어록에 ‘우리 딸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남기면, 딸이 집에 돌아왔을 때 도어록이 얼굴을 감지해 문을 열어주면서 해당 메시지를 들려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까지 파악…사생활 침해 논란도

얼굴인식은 여러 생체인식 시스템 가운데 가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다. 비밀번호나 출입카드처럼 유출될 염려가 없고, 신체를 접촉하지 않아도 돼 위생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3D프린터 등으로 위조가 가능한 지문인식과 달리 위변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으로의 활용 가치도 크다. 예컨대 주요 매장에서는 포인트 카드 대신에 얼굴인식 기술을 통해 과거 방문.구매 기록 등을 조회하고, 고객 포인트 적립 및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다. 사전에 등록한 운전자만 운행이 가능하게 하는 식으로 자동차 절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도 있다. 이미 얼굴인식은 범죄자나 테러범을 가려내는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사용자의 감정 및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데도 쓰인다. 금융권에서는 상담을 받는 고객의 만족도를 체크하고, 정치인의 강연에서는 청중들의 표정 변화를 간파해 여론조사에 반영할 수도 있다. 미국 영상 채팅 앱 업체 ‘우부’는 최근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얼굴인식 기술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딥페이스’라는 얼굴인식 시스템으로 얼굴을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현재 정확도는 97.25%에 달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인식률(97.53%)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비슷한 기술인 구글의 ‘페이스넷’은 인식률이 99%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른바 ‘신상 털기’가 쉬워진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사진은 물론 학력.경력과 가족.친구 등의 정보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려놓고 있다. 길거리에서 누군가의 얼굴 사진을 찍은 뒤 딥페이스.페이스넷을 이용해 이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평생 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나의 신상을 자세히 알려 주는 셈이다.

법무법인 정률의 정관영 변호사는 “본인이 모르는 새 자신의 얼굴이 기록되고, 잠재적인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영상.위치.생체정보 등의 개인정보는 민감도에 따라 보호수준을 달리 적용하는 식으로 신기술의 이용과 사생활의 보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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