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선 안 될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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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동굴’. ‘Big Four Ice Cave’는 자주 찾던 곳이다. 깎아지른 절벽아래 이뤄진 독특한 얼음 동굴들과 하얀 얼음으로 덮인 들판, 그리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들로 장관이다

특히 미국에서 제일 낮은 곳의 빙하지역이라고도 알려졌을 정도로 여름철에도 높지 않은 산에서 얼음 들판을 볼 수가 있어 인기가 있다.

왕복 2마일의 등산로가 있어 운동하기에도 좋다. 여름 일찍 가면 넓은 빙하 위를 걸을 수 있어 좋고 좀 늦으면 얼음들이 녹아 내려 여러 개의 얼음 동굴들이 많이 뚫어지기 때문에 더 색다른 멋이 있다.

시애틀에서 2시간 이내의 거리로 당일치기에 좋고 산길도 나무 보드로 되어있거나 길을 넓게 잘 만들어서 올라가는데 전혀 어렵지 않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 속에서 쭉쭉 뻗은 나무들과 부러지고 쓰러진 고목들, 물이 흐르는 계곡 위의 다리 등을 구경하며 물소리를 듣고 걷는 등산길은 매우 좋다.

만 1년전인 지난해 여름에도 이곳을 찾았다. 당시에는 아직 얼음들이 녹지 않아 동굴 입구가 조그맣게 뚫려 있었다.

그러나 평소보다 다른 것들이 눈에 띄었다. 얼음 동굴 안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해 금지한다는 사인판이 있었고 특히 2010년 동굴에 들어갔다가 떨어진 얼음에 맞아 숨진 11세 그레이스 탐양의 조그만 추모비가 성조기와 나무십자가 그리고 꽃들과 함께 동굴 앞에 세워져 있어 다시한번 위험한 얼음 동굴임을 경고시키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나도 이런 경고판이 없었던 20여년전 처음 왔을 때는 동굴 안에 들어가 끝까지 가본 적이 있었다. 들어가 보니 신기한 색깔과 무늬의 얼음 천정과 벽은 얼음동굴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멋이 있었다. 또 동굴 속 끝에는 절벽에서 폭포처럼 동굴 안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들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동굴 안을 보려고 들어간 사람들이 지난 6일 동굴 붕괴로 34세 여성 한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일어나 충격을 주었다. 오래전 위험한 줄 모르고 동굴 속 끝까지 갔던 일이 아찔했다.

사실 이곳은 수십 톤의 얼음들이 무너질 염려가 있는데 1993년 여름에 얼음 천정이 무너져 한 남자가 다쳤으며 1998년 8월에도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무쪼록 부상자들이 빨리 회복되고 현재 무기한 폐쇄된 이 지역이 다시 개방되어 안전하게 많은 사람들이 다시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사고가 발생한 원인은 등산객들이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또한 아름다운 자연이지만 무서운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름철을 맞아 우리 한인들은 어느 곳을 가던지 꼭 안전 수칙을 지켜 즐거운 여행의 추억만 만들기 바란다.

사고가 난 얼음 동굴뿐만 아니라 우리 삶속에서도 들어가지 않아야 할 동굴에 들어갔다가 크고 작은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본다. 이민사회에서도 카지노 등 도박의 동굴에 들어갔다가 가정이 파탄되는 한인들도 본다.

지난 2007년 집값이 최고로 올랐을 때 여러 채의 집을 사는 등 물질 축척의 동굴에 들어갔다가 모든 것을 잃은 경우도 있다. 불륜의 동굴에 들어갔다가 가정이 파괴되는 가하면 가정 폭력의 동굴, 범죄의 동굴도 있다.

명예욕의 동굴, 욕심의 동굴, 불화, 시기 질투, 교만, 미움, 좌절의 동굴도 있고 자기만의 고립된 동굴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동굴들은 영원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무너져 피해와 실망을 주고 때로는 죽음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다시한번 우리는 영원히 변치 않고 무너지지 않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곳은 어떤 동굴일까? 그곳은 가족의 사랑의 동굴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붙들고 대피해야 할 소망과 용기의 동굴이고 이민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단합과 화합의 동굴이 아닐까?(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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