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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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도록 파란하늘. 구름 한 점 없다.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이 따뜻하다. 모처럼 해가 쨍하게 나온 어제 아내와 함께 동네를 걸었다.

조금 높은 언덕 위에 오르니 저 멀리 그동안 비와 먹구름에 가려졌던 하얀 레이니어 산과 병풍처럼 하얀 눈으로 덮인 캐스케이드 산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동네 집집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는 가운데 어느새 빨간 튤립들이 햇살을 가득 마시려는 듯 꽃봉오리를 활짝 펴고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시애틀의 아름다운 봄에 감사와 감탄이 터져 나온다.

엘니뇨로 사상 최고의 비가 3월까지도 계속되는 등 많은 비가 내리고 춥고 흐렸던 날씨가 어느덧 사라지고 깜짝 놀랄 정도로 태양이 눈부시고 기온도 이틀째 70도로 따뜻하다. 이대로 여름이 오면 좋겠다. 찬란한 햇살, 따뜻한 바람처럼 뭔가 행복감마저 스며든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아내는 지난해 수확 한 후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조그만 가든에 다시 흙을 파서 다듬은 후 거름 주고 씨 뿌리고 물주는 일을 시작했다.

지난해처럼 이번 여름에도 상추, 깻잎, 토마토, 호박 수확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들을 기대하며 힘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드디어 4월이 오니 앙상한 가지들이 점차 더 푸르러지는 나무들처럼 시애틀이 더 아름다운 살아있는 색깔들로 더 짙어가고 있다.

특히 스카지트 벨리에서는 4월1일부터 한 달 동안 미전국적으로 유명한 튤립 축제가 열린다. 해마다 미국 전역에서 40여만명의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하얀 산맥들을 배경으로 빨간색을 비롯한 색색의 수백만송이 튤립들이 피어있는 풍경은 정말 생의 환희를 자아낸다.

우리들 앞에 아름답고 화창한 4월이 펼쳐지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새 희망과 활기가 넘쳐나 보인다. 살갗에 닿는 따사로운 햇살 속을 걸으면 새삼 삶의 모퉁이에서 겨울동안에 잃어버렸던 많은 감사의 조건을 발견한다.

긴 겨울을 이기고 찾아온 화창한 날씨처럼 지난 몇 주 동안 마음 졸이던 중에 찾아온 기쁜 소식이 있었다.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 선수(34)가 드디어 정식 메이저 리거가 된 것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강타자였지만 초청선수였기 때문에 스프링 캠프에서 잘해야 메이저 리거가 되고 아니면 마이너 리그로 내려가야하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었으나 이제 정식 메이저 리거 대우를 받게 되었으니 내 일처럼 기뻤다.

더 큰 감동은 이대호선수가 3살 때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형과 할머니 밑에서 자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선 인간승리였다.

이대호선수가 이제 4월부터 시작되는 본 경기에서 실력을 발휘해 지금도 어려운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인생역전, 인간 승리의 본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피나는 노력 끝에 메이저 리그 꿈을 이룬 이대호 선수나 차갑고 비 오고 바람 부는 텅 빈 겨울 들판을 이기고 이제 형형색색의 튤립들이 만발한 스카지트 벨리처럼 생명이 약동하는 아름다운 4월이 왔으니 우리 모두에게도 좋은 일, 기쁜 일들로 인하여 감사가 넘쳐나길 바란다.

그동안 어둡고 흐린 날씨로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활력을 찾기 바란다. 겨울처럼 그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한인들은 물질의 풍요가 있기 원한다.

우리도 현재 어려운 이민생활을 하고 있지만 절망하지 않고 용기와 소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때 겨울을 이기고 모든 만물이 새롭고 아름다워진 4월에 꽃봉오리를 활짝 열고 따뜻한 햇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튤립처럼 우리 삶속에서도 행복함이 가득 차리라 믿는다.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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