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순간, 키워준 외할머니 가장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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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류 ‘휴먼터치’ 인터뷰

데이비드 류 LA시 4지구 시의원 당선인과 2년 전 타계한 외할머니 주경재 씨.

원래 성은 ‘류’가 아닌 ‘유’
이민 올 때 서류상 잘못돼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는
이승철 ‘안녕이라 말하지마’

시의원은 행사가 많은 직업
배우자는 배려심 많았으면

“당선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요? 우리 외할머니였습니다.”

데이비드 류 LA 4지구 시의원 당선인은 여섯 살 때 이민온 뒤 줄곧 코리아타운에서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어떤 주제도 자유자재로 토론할 수 있는 그는 할머니 얘기가 나오자 감정이 북받쳤는지 인터뷰 도중 “우리 다음 화제로 넘어가자”고 말했다. 정치인이 아닌, 인간 데이비드 류를 21일 만났다.

-노래방 18번은.

(※이 대목에서 류 당선인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그 질문이 나올 줄 몰랐다. 이승철의 ‘안녕이라 말하지마’다. 한글을 잘 읽지 못해 가요를 잘 못 부른다. 그런데 ‘안녕이라 말하지마’는 내가 유일하게 외워서 할 수 있는 가요다. 지겹도록 불렀다. 지금은 가요를 안 듣고 한국 드라마도 보지 않는다. 중독돼 폐인처럼 산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 빠져들까봐 겁난다.”

-초등학교는 어디에 다녔나.

“난 코리아타운 키드(kid)다. 데이튼 하이츠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옛날에 내가 살던 집 바로 옆집에 70대 할아버지 유권자를 만났는데, 자기도 데이튼 하이츠 초등학교 졸업했다며 좋아하더라. 여기는 한국처럼 동문들의 인연이 아주 끈끈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문끼리 어느 정도 챙겨주는 게 있다. 줄곧 4지구에서 살았던 덕이다.”

-서른아홉인데 혼자다, 돌싱(이혼남)이냐.

“하하. 아니다. 결혼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다. 특히 아이까지 있었다면 정치인 꿈은 엄두도 못 냈다. 싱글이었기 때문에 시의원에 도전할 수 있었다. 선거 캠프 관계자들이 우스갯소리로 이번에 내 선거를 도와준 이유가 나를 빨리 장가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시의원이 되면 좋게 장가갈 수 있는 타이틀이 생긴다나, 뭐래나. 하지만 시의원이라는 직업은 결혼생활을 쉽게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밤에도 여러 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쁠 것이다. 착한 여자가 좋다. 정치인과 함께 살려면 이해심과 배려심이 필요하다.”

-한국이름이 뭔가.

“원래 난 류씨가 아니다. 유씨다. 한국이름은 유은석이다. 이민왔을 때 서류상 뭐가 잘못돼서 ‘류’가 돼버렸다. 사실 ‘데이비드 류’가 아니고 ‘데이비드 유’가 맞는데 이제 와서 바꾸긴 그렇지 않나(웃음).”

-당선된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이 있다면.

“외할머니(고 주경재 씨)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일 때문에 바쁘셔서 할머니께서 나를 다 키우셨다. 한국에서는 여섯 살 때까지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집에서 번갈아 가며 자랐다. 미국에 온 뒤로는 줄곧 외할머니가 음식을 해주시고, 빨래해주시고, 나를 재워주시고 하셨다. 18살까지 함께 살았다.”

-할머니와 가장 행복했던 추억이 있다면.

“할머니와는 함께 있었던 모든 기억이 행복한 추억이다. 2년 전에 돌아가셔서 내 당선을 지켜보지 못했다. 하지만 선거캠프 기간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만약 할머니가 옆에서 보셨다면 더 괴로우셨을 것이다. 하늘나라에서 나를 향해 웃고 계실 거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가장 혼난 일이 있었다면.(※류는 존 버로우스 중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한인타운 존 버로우스 중학교) 때 어쩌다 B학점을 받으면 아버지에게 매 맞았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교육자 출신이라 엄하셨다. 또 초등학교 시절 때 얘기인데, 매일 책을 한 권씩 읽어야 했다. 하지만 한 번은 진짜 읽기가 싫어서 책 중간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수십 장의 페이지를 풀칠해서 한 페이지로 만들어버렸다. 엄청 혼났었다.”

-아버지는 무엇을 했나.

“서울예고에서 교사를 하셨다. 또 한인타운에서 ‘코리아스트리트 저널’ 편집국장으로 6년간 근무하셨다. 당시 인턴기자로 찰스 김 한미연합회 전 사무국장도 일했었다. 올드타이머 언론인들은 아버지(유을준씨)를 잘 아실 거다.”

-몰고 다니는 승용차는?

“2004년형 렉서스 세단이다. 10년 넘었지만 좋다.”(※데이비드 류는 시의원으로 당선되면서 LA시로부터 승용차를 구입하기 위해 5만 달러의 비용을 따로 받는다.)

-한국어가 이번 선거에서 도움이 된 것 같은데.

“당연하다. 한인커뮤니티와 대화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힘이었다. 한국어도 할머니에게 배웠다.”

-LA시장의 축하를 받았나.

“에릭 가세티 LA시장과 통화했다. 허브 웨슨 시의장과도 통화했다 전폭적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당선을 반대한 한인들도 있었는데. 보복심도 생기지 않나.

“이제 다같이 전진하자. 4지구를 위해, LA시를 위해서. 나를 반대한 사람들을 생각(보복)한다는 것은…, 거꾸로 가는 것이다. 나에겐 그럴 시간도 없다. 커뮤니티를 위한다는 것은 나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반대한 자들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남동생과 여동생은.

“남동생은 공군에 6년 동안 근무했다. 지금 남동생과 여동생 모두 공부하고 있다.”

원용석 기자

※19일 당선 이후 거의 똑같은 정치 일색의 인터뷰에 지쳐있던 데이비드 류 당선인은 이날 ‘인간적인’ 인터뷰에 시종일관 즐거워했다. 캠페인 내내 기자와 영어로 인터뷰를 한 사이였고 영어가 훨씬 편한 류 당선인이지만, 이날 ‘한인 데이비드 류’를 알고 싶다는 본지 요청에 따라 인터뷰를 모두 한국어로 응했다.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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