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정부가 통화 기록 수집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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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폴 의원 훼방에 애국법 효력 연장 실패
연방상원, 법안 재시도 예정…정보 활동 타격

랜드 폴 연방상원의원이 지난달 31일 의사당에서 애국법 연장과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1일부터 최소한 며칠 간은 미 정부가 국민들의 전화 통화 기록을 볼 수 없게 됐다.

랜드 폴(켄터키) 연방상원의원 덕분(?)이다. 폴 의원은 9.11 테러 후 제정된 애국법의 효력을 연장하는 법안을 지난달 31일 ‘시간 끌기’로 무산시켰다. 폴 의원은 개인 정보 보호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정치인이며 이미 애국법 규정 중 하나인 정부의 전화 기록 수집 권한 등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애국법의 연장은 행정부를 비롯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가 지지하지만 유독 폴 의원이 고집을 부려 제때에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애국법의 효력 정지로 국가안보국(NSA)은 31일 저녁부터 전화 기록을 수집하는 서버를 다운시켰다. 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미 정부의 테러 방지 보안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애국법이 시행되는 동안 NSA는 미 국민의 통화 기록을 수집해 최대 5년간 보관할 수 있었다.

로레타 린치 연방 법무부 장관은 즉각 “심각한 보안 문제가 야기된다”고 우려를 밝혔다. 하지만 미국시민자유연맹 등 개인 정보 보호를 중요시 여기는 민간단체들은 법원 영장을 통해 언제든지 개인의 통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며 법 효력 정지를 오히려 환영하고 나섰다.

이제 미 정부는 테러 용의자에 대한 광범위한 도청이 불가능해졌다. 통신기구 별로 일일이 법원의 영장을 발급받아 도청을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은 절대로 한 통신기구를 오래 사용하지 않는다. 애국법은 테러조직과 연관이 없는 이른바 ‘외로운 늑대’ 테러리스트들도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었다.

연방상원은 며칠 안에 법안 통과를 재시도할 예정이다. 하원에서 이미 통과된 ‘USA자유법안’을 받아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법안에는 애국법의 기한 만료로 사라진 정보 수집 권한 규정들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은 애국법과는 달리 통화 기록을 수집할 때 법원을 통해야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단 통신 기구 별로 영장을 받을 필요는 없고 특정 개인을 상대로 한 정보 수집 영장을 발급받으면 된다.

USA자유법안은 하원에서 338-88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상원에서도 통과될 전망이다. 이 법안이 통과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을 마칠 때까지 며칠 간 미국 내 통화 기록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까지 출마한 폴 의원은 워싱턴DC 정가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

김종훈 기자

kim.jonghun@koreadaily.com

 

[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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