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가슴을 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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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아쉽다. 26일 벌어진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벨기에 전에서 한국 축구가 또 졌다. 조 꼴지 이었지만 한 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응원을 했는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니뱅크 린우드 본점에서 150여명의 한인들과 함께 가슴 졸이며 응원했지만 시종 답답했다. 단 한골도 시원하게 넣지 못한 채 허망하게 졌다. 벨기에는 후보들이 뛰고 한때는 2명이나 빠졌는데도 한국이 오히려 한 골을 먹었다. 정말 실력 차이다. 한국이 16강에서 탈락해 이제 축구 재미도 사라졌다. 오히려 단 한게임도 이기지 못한 졸전으로 쓴 맛만 남겼다. 통쾌하게 이겨 힘든 이민생활에서 기쁨을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이왕 끝난 것 다 잊어버리자. 3경기에서 6골이나 먹었지만 반면 3골도 넣었다. 상대 편 골에 공이 들어갔던 순간 함께 기뻐하고 환호하던 순간만 기억하고 4년 후 더 잘되길 바라자. 월드컵 한국 축구가 허탈하게 끝났지만 우리 앞에는 더 좋은 날들이 펼쳐져 있다. 이제 가장 좋은 계절인 7월 여름 바캉스 시즌이 시작되었다. 특히 다음 주말 7월4일 독립기념일이 금요일이어서 황금연휴이기 때문에 벌써 어디를 갈까 마음 설렌다. 미국에 30여년을 살다보니 잊지 못할 독립기념일 추억이 많다. 언제인가 미대륙 북서쪽 끝인 워싱턴주 니예베이에 갔는데 인디언들이 대포 같은 요란한 폭죽을 해안에서 쏘는 불꽃놀이로 소음과 화약 연기가 가득했다. 언젠가는 산후안 아일런드 프라이데이 하버에 갔는데 미국 전통과 역사를 소개하는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펼쳐져 수많은 요트들과 인파들이 몰려 있었다. 수년전 올림픽 반도 트와이라이트 영화 본고장인 폭스를 지나갈 때도 마침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있었다. 오리건 태평양 바다 해안에서 가족, 친지와 함께 모여 불꽃놀이 하던 아름다운 추억들도 많다. 살고 있는 린우드 동네 아이들이 저녁이면 요란하게 불꽃놀이를 해 시끄럽고 불 위험이 있다며 앞집 여주인은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내기도 했다. 독립기념일 연휴를 시작으로 여름 여행을 통해 즐거운 시간들을 갖고 좋은 추억들을 만들기 바란다. 여행은 이민생활에서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풀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재충전을 할 수 있으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정과 일터에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비오고 추운 지난겨울을 견딘 것은 지금처럼 화창하고 따사한 여름에 휴가로 여행을 가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동안 다녀본 가장 아름다운 캐나다 락키 비경을 비롯해 유타의 아치스, 자이온, 브라이스, 그랜드 케년, 옐로우 스톤, 러쉬 모어, 데블스 타워, 윈드 케이브 등 미국의 여러 여행은 참으로 즐거운 추억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또 어느 곳을 갈수 있을까 기대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인들에게는 경제 사정도 어렵고 휴가도 길지 않아 사실상 장거리 여행은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는 서북미에도 가볼만한 곳이 많기 때문에 이번 여름 꼭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보길 권한다. 시간이 없으면 하루 코스도 많다. 시애틀에서 1시간 정도 산을 넘으면 시애틀과 전혀 다른 광야의 비경들이 펼쳐진다. 더구나 워싱턴주에는 올림픽 국립공원을 비롯 노스 캐스케이드, 마운 레이니어 등 국립공원이 3개나 있다. 오리건주에도 크레이터 국립공원을 비롯해 태평양 해안 등 가볼 곳이 너무나 많다. 우리의 일상사를 잠시나마 뒤로하고 드넓은 미국 땅을 여행하며 지경을 넓혀 나아갈 때 광대한 미국 땅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또한 살기 좋은지 감탄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과 서북미를 더욱 더 사랑하게 된다. 많은 한인들이 여름철에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려 휴가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지만 이민생활의 재 충천을 위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자연 속으로 떠나보자. 월드컵 한국축구 패배로 짜증나고 아쉬웠던 시간들을 잊어버리고 이 찬란하고 눈부신 여름을 맞아 가슴을 펴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보자. 드디어 여름이다. 벌써 가슴 설렌다.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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