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8경의 고향에선 어디나 ‘1경’

0

450년 전 퇴계가 정한 단양팔경
남한강 따라 펼쳐진 ‘8폭 수묵화’
제2팔경·야경팔경도 운치 더해

단양팔경은 아름답다. 도담삼봉(큰 사진)의 신비로움과 (시계방향으로) 석문, 구담봉, 옥순봉, 사인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의 자태.

강물이 명화를 그렸다. 단양에서 남한강은 소백산을 병풍 삼아 여덟폭 수묵화를 여백의 미로 완성했다.

관동팔경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팔경인 단양팔경이다. 퇴계 이황이 1548년 단양군수로 부임해 한곳 한곳 직접 찾아다니며 이름 지었다. 이후에도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 등 수많은 시인.화가가 팔경의 미를 쓰고 그렸다.

여덟개 명승지는 어디든 단양읍을 중심으로 30분내 닿을 거리에 있다. 북쪽에 도담삼봉과 석문이 있고, 동쪽 충주호에선 구담.옥순봉을 만날 수 있다. 남쪽 월악산 선암계곡에는 사인암과 상.중.하선암이 붙어있다.

출발점은 도담삼봉이다. 섬이 있는 물이라서 ‘도담’이라 하고, 강 한가운데 솟아난 세 개의 봉우리라는 뜻으로 삼봉을 붙였다.

“도담삼봉의 진면목은 새벽 해뜰 때 와야 볼 수 있어요. 강 위 자욱한 물안개 사이로 삼봉이 솟고, 저 멀리 소백산에 일출이 걸리면 한 폭의 그림이죠.” 김춘연 해설사가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 설명했다.

아름다움에 가장 먼저 반한 이는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다. 외가인 단양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 호를 삼봉으로 지을 정도로 도담삼봉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고 한다. 가운데 장군봉에 있는 작은 정자 삼도정도 삼봉이 지었다.

도담삼봉 옆에는 또 하나의 절경, 석문(石門)이 있다. 도담삼봉 주차장 뒤쪽의 음악분수 앞이 입구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산길을 조금 걸으면 절벽 위 커다란 바위 한가운데가 뻥 뚫려있다. 너비 20m, 높이 25m에 이르는 천연 석문이다. 석문 가운데로 푸른 남한강 물결과 도담삼봉의 뒷모습이 그림처럼 담긴다.

충주호에서 유람선을 타야 구담봉과 옥순봉을 볼 수 있다. 75인승 ‘노들 2호’를 타고 호수로 나갔다.

제비봉을 거쳐 금수산을 지나면 구담봉을 만난다. 바위 모양이 거북을 닮았고 강물에 비친 바위에도 거북 무늬가 있어 구담이라 부른다.

뒤따라 나타난 옥순봉은 푸른 암봉들이 대나무 순처럼 치솟았다는 뜻이다. 높이는 290m에 달한다. 퇴계 이황이 ‘단구동문(丹丘東門)’이라는 글을 새겼다. 이후 남한강 물길을 따라 단양으로 드는 관문이 됐다.

김 해설사는 “돌 틈으로 솟은 소나무들은 최소 200년 이상 된 것들”이라며 “나무 한그루조차 팔경의 역사”라고 설명했다.

남은 4경은 선암계곡에 있다. 사인암부터 찾았다. 50m 높이의 기암절벽이다. 가로 세로로 갈라진 바위는 마치 형형색색의 비단들로 무늬를 짠 것처럼 화려했다. 김 해설사는 “추사는 이곳을 하늘에서 내려온 그림 같다고 극찬했다”면서 “지명도는 도담삼봉이 높지만, 사인암을 최고 절경으로 꼽는 이들도 많다”고 자랑했다. 김 해설사의 말대로 사인암 아래쪽에는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바위에 새긴 글귀와 이름들이 빼곡했다. 고려말 대학자 역동 우탁이 남긴 글귀가 눈에 들었다. ‘우뚝해 무리짓지 않고, 확고해 흔들리지 않는다.(卓爾不群 確乎不拔)’

신선들의 바위라는 ‘선암’ 3개가 남았다.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에서 대잠리에 이르는 약 10㎞의 청정계곡 선암계곡이 바위들의 갤러리다. 하선암은 3층으로 놓인 흰 바위가 마당처럼 넓고, 그 위에 있는 바위 모습이 미륵 같다고 해서 ‘불암’이라고도 불린다. 계곡의 중심에 중선암이 있다. 순백색의 바위가 층층대를 이루고 맑은 물이 그 위를 흐른다.

상선암에는 작고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소박한 풍경을 이룬다.단양의 아름다움을 담기에 8경이 부족했는가 싶다. 또 다른 8경들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북벽, 금수산, 칠성암, 일광굴, 죽령폭포, 온달산성, 구봉팔문, 다리안산이 ‘제2팔경’으로 불린다. 단양의 야경도 8경으로 묶었다. 남한강을 따라 도담삼봉에서 단양읍 상진대교까지 7km 구간에 걸쳐 여덟 가지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김 해설사에게 물었다. 8경중 어디가 1경이냐고. 현답이 돌아왔다. “1경은 따로

없습니다. 본인이 가장 좋아

하는 곳이 1경 아닐까요.”

팔경은 어디나 1경이었다.

정구현 기자

 

[LA중앙일보]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