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생활고로 월북 시도 30대 구속…’페트병’에 몸싣고 서해상 헤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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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1980년대 통일운동가 김낙중씨는 공기 매트리스를 타고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갔다. 좌우 사상에 물들지 않은 남북 청년 공동체를 만들어 통일을 도모하자는 안을 북측에 전달하기 위해 매트리스에 의지해 임진강을 건넌 것이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뒤 30대 남성 A씨는 서해상에서 페트병에 의지해 월북하려다 최근 당국에 적발됐다. “남한보다는 북이 더 살기 좋을 것 같았다”는 게 A씨의 월북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22일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A씨는 이달 중순께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넘기 위해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서 출발, 서해상을 헤엄쳐 북으로 올라가던 중 당국에 적발됐다. 당시 A씨는 몸에 빈 페트병을 붙이거나 호주머니에 페트병을 여러개 넣고 있었다.

빈 페트병이 부력에 도움이 됐는지 A씨는 석모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까지 헤엄쳐 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살아보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는데 잘 안됐다. 삶이 고달파서 월북을 시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지난주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범 우려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당국은 현재 A씨가 실제로 생활고 등을 이유로 우발적으로 월북을 시도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등을 추가 조사 중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공기매트리스를 타고 북으로 갔었던 김낙중씨 사건 이후 이런 경우는 우리도 처음 본다”며 “이유야 어찌됐든 사는 게 힘들어서 무모하게도 페트병에 의지해 북으로 가려했다는 것은 ‘비극적 희극’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국은 A씨에 대해 정신감정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보법 위반이지만, 패트병에 의지해 월북을 시도한 것이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현저하게 위협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 때문에 A씨에게 월북의 배후나 다른 이유 등이 없는 이상 추후 법정에서 법리 적용을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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