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뉴스] ‘홍준표스러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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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김 석 하/사회부장
항상 붉은 색 넥타이를 매는 이유가 뭡니까?

홍(붉을 홍)이라서 그렇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곧장 붉은 열정으로 치닫는다. 거침없는 말투와 꽉 짜인 논리, 바로바로 맞받아치는 순발력,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채는 ‘칼유머’까지. 난 이 모든 그의 재주를 ‘홍준표스럽다’로 정의한다. 어설프게 맞장뜨다가는 한 방에 KO당할 수 있다.

그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LA방문시 수차례 만났다. 일단 그는 좋은 취재원이다. 말이 많고, 힘차고, 때론 억지도 쓰고, 반박을 하면 흥분해서 가끔 말실수.무례를 범하기도 한다.

2006년 홍준표스러움: LA한국교육원에서 동포간담회를 했다. 단상에 오른 홍 의원이 “총영사관에서 온 직원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당시 동포영사가 손을 들자, 갑자기 “나가요, 나가!”라며 벌컥 화를 냈다. “저 사람들 괜한 정보나 캐려고 여기 오고… 나가!” 황당하게 쫓겨난 영사는 얼굴이 일그러져 건물 로비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홍 의원은 당시 공항에 영사관 직원이 마중을 나오지 않고, 또 총영사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게 괘씸해서 그랬다고 했다. “아무리 야당이지만 국회 상임위원장이면 장관급인데.” 다음날인가, 홍 의원이 보자고 했다. “오늘 지인이랑 골프를 쳤는데, 내가 돈(그린피) 다 냈어.” 전날 너무했다 싶어 혹시 기자들이 뒤를 캘까 봐 미리 단속하는 거 같았다.

2015년 홍준표스러움: 골프를 쳤다. 꼬투리 잡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유로 댄, 미국내 경남통상자문관들을 위해 감사의 뜻으로 쳤다는 이야기는 거짓으로 보인다. 함께 친 한인 J모씨는 옛날부터 그가 LA에 오면 운전 등 잡일.숙박(J씨 집)을 책임졌던 측근이다. 홍 지사와 친한 한인사회 모 인사는 “홍 지사와 부인, J씨, 그리고 또 한 명은 J씨의 인척”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홍 지사가 라디오코리아 방송에서 한 말이 너무 홍준표스럽다. “LPGA 등 미국 골프계에서 한국인들이 휩쓸고 있는데… 한국에 골프붐이 일어나려면 공직자 골프를 죄악시하면 안 되는 데… 참 딱하다.” 그러면서 “업무 보고 남은 시간에 숙소에서 쉬면 공무고, 그 시간에 밖에서 운동하면 비난을 받아야 하나”라고 했다. 묘한 논리, 역시 세다.

본인도 이번 골프가 논란이 된 것은 무상급식 폐지와 연동돼서라는 것을 안다. ‘얘들 밥그릇 뺏고, 자기는 좋은 데서 골프친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이라는 거대 담론 또는 정책 논쟁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아주 저급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국 경상남도에서는 모레(4월)부터 보편적 무상급식이 폐지된다. 도내 아이들 전부(21만8638명)가 아닌, 진짜 가난한 아이들(6만6451명)한테만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한다고 한다. 무상급식을 먹는 아이들은 진짜 가난한 아이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향후 한국발 기사는 무상급식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 무상급식 논란은 중앙정부에서 떨어져 있는 홍 지사를 뉴스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복지문제가 한국사회 담론으로 떠오르면서 ‘공짜 나눠주기’에 반발하는 보수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홍 지사의 속내는 2017년 대선으로 닿아있다. 인지도 상승, 보수층 다지기. 난 홍준표스러운 논리가 상당수 맞다고 본다. 사적인 개인영역(골프)과 정책논쟁(무상급식)은 분리해야 한다.

홍준표가 도지사로 머무르려면 지금처럼 하면 된다. 하지만 대통령을 꿈꾼다면 아니다. 지도자는 뜨거움 못지않게 따뜻함도 지녀야 한다. 흰 밥처럼.

이젠 붉을 홍의 정열을 ‘넓을 홍’의 큰 안목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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