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수놓은 ‘진주같은’ 빛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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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남강 유등축제’ 불야성
임진왜란 진주성 싸움 때
순국한 조선인 원혼 기려
해질녘 유등이 켜지면 남강에서는 물과 빛과 불의 축제가 시작된다. 건너편 진주성 성벽을 따라 유등이 걸려있다.

800m에 달하는 소망등 터널에는 올해 3만여개의 소원들이 걸렸다.
800m에 달하는 소망등 터널에는 올해 3만여개의 소원들이 걸렸다.

 강가에서 한 외국인 방문객이 소망을 적은 유등을 띄우고 있다.
강가에서 한 외국인 방문객이 소망을 적은 유등을 띄우고 있다.

연기뿜는 용유등.<br>
연기뿜는 용유등.

진주성 촉석루에 올라 해가 지길 기다렸다.

잔잔한 바람결에 노을이 색을 잃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불 붙었다. “켜졌다!”

누각 아래 컴컴한 강 위로 수백 개의 등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불빛은 삽시간에 진주성으로, 강변으로, 둔치로 번져나갔다.

영어교사 질 힐러리(26)씨는 처음 보는 ‘물과 빛의 향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수백 개 별이 강에서 떠오르는 것 같아요.”

진주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남강에 유등이 켜지면 비로소 축제의 맥박이 뛰기 시작한다. 지난 10월1일부터 12일까지 ‘물, 불, 빛, 그리고 우리의 소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진주 남강유등축제 현장이다.

진주성을 중심으로 천수교와 진주교 사이 남강 둔치는 말 그대로 불야성이다.

강 위에는 200여개의 대형 유등이 둥실 떠있다. 미륵불 휘장을 펄럭이는 궁예, 알에서 깨어나는 박혁거세 등 대한민국 역사를 집약한 유등들이다. 또 자유의 여신상, 스핑크스 등 28개국 세계풍물등들이 조화를 이뤘다.

“올해 축제는 역대 가장 밝고, 가장 뜨겁습니다.”

촉석루에서 내려오며 진주시 정권화 계장이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1만 개 많은 7만 개 유등이 설치됐고, 축제기간 중 사상 최대 규모인 280만 명이 진주를 방문했다.

정 계장은 “개천절이었던 3일 하루 동안 27만 명이 진주성을 찾았는데, 통신량이 폭주해 이동통신 기지국이 마비됐다”고 말했다.

진주성안으로 들어섰다. 성내에는 유등으로 조선시대가 재현됐다. 장날씨름 장면, 기생들의 춤, 저작거리 등 당시 서민의 삶이 1500개 유등으로 밝혀졌다. 성밖 둘레길 1km를 따라서 조성된 ‘사색의 길’, ‘연인의 길’에도 유등 249개가 깔렸다. 둔치에 서면 쭉뻗은 붉은색 터널이 장관이다. 아치형의 800m 터널 천장과 벽에 3만3000개의 등이 빼곡히 매달려있다. 정 계장은 “축제의 명물인 소망등 터널”이라고 소개했다. 등 하나하나에 소망이 적혀있다.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예쁜 아이 낳게 해주세요’, ‘우리 사랑 영원하길!’, ‘사업 잘되게 해주세요’

소망터널 옆 강변에는 유등 띄우기 행사가 한창이다. 방문객들이 직접 만들어 띄운 수백 개의 유등이 물길을 따라 일렁였다.

강변 한 켠에 방문객들이 줄을 서있다. 강 저쪽과 이쪽을 오갈 수 있게 만든 임시부교를 걷기 위해서다. 부교는 강 위에 세워진 ‘명화 갤러리’다. 오른편을 따라 유등으로 만든 대형 명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고흐의 자화상, 이중섭의 소,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밀레의 만종 등이다. 행사기간중 50만명이 부교를 건넜다.

축제를 환하게 밝힌 유등은 아픈 역사의 진혼제다. 420년전, 1593년 임진왜란때 진주성 싸움에서 12만 왜군에 맞서 싸우다 순국한 조선의 군사와 백성 7만 명을 기리는 행사다.

동행한 정일영 문화관광해설사는 “유등은 남가람(남강)에 띄운 7만 개의 혼”이라고 표현했다.

축제는 예나 지금이나 진주 시민들이 만든다. 유등 제작에는 3만명이 동원됐다. 행사장에선 통역, 교통안내, 부교 안전요원 등 5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땀을 흘렸다. 진주시는 올해 축제의 경제적 효과를 1600억원으로 추산했다.

새벽 1시를 넘어선 시간, 촉석루 건너편 망경동 둔치는 딴 세상이다. 다닥다닥 붙은 노상 음식점들이 고소한 냄새를 풍겼고, 사람들로 복닥거렸다. “이모, 막걸리 하나 더 주이소.”

진주의 밤은 오래도록 밝았다.

정구현 기자

☞진주는?

■ 도시명 유래: 940년 고려 태조 23년에 진주로 개칭

■ 위치: 경상남도 남서부 혁신도시

■ 면적: 712.95㎢(LA시의 약 55%)

■ 행정구분: 1읍 15면 16동

■ 인구: 33만7071명(2013년)

■ 시장: 이창희(재선 2010.07~)

■ 시정 목표: 좋은 도시 편한 진주

■ 특산물 : 진주실크, 장생도라지, 진주논개 전통한과, 진주도예, 오이, 고추, 파프리카, 딸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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