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부활…영혼이 되살아나는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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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고난주간 동참하는 방법도 제각각
새벽기도·자선활동 하며 예수 묵상
기독교계는 침묵 속에 고난을 묵상한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에서 한인 순례객들이 고난 체험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모습.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SNS와 미디어 금하며 경건 추구
부활절 새벽엔 교회들 연합 예배

예수는 고난의 길을 걸었다. 그건 죽음을 향한 걸음이었다. 기독교계는 지금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 예수의 죽음을 묵상하는 고난주간(3월29일~4월3일)이기 때문이다. 교계는 일주일 간 침묵 속에 고난을 품는다. 경건이 묻어나는 시간이다. 깊은 묵상은 예수의 고난에 함께 동참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십자가를 졌던 예수의 끝은 죽음이 아니었다. 길의 종착은 ‘부활’이었다. 교계도 이를 기념해 고난주간이 끝나면 부활 주일(4월5일)을 기쁨 속에 맞이한다. 지금 기독교가 보내고 있는 시간은 고난과 부활에 대한 현세에서의 예행이다.

고·난·주·간

고난주간은 의미상 모순의 기간이다. 십자가의 ‘고통’과 부활의 ‘환희’가 교차한다.

두 개념은 상반되지만 고난주간의 본질이다. 이 시기를 보내는 교회들은 고난주간에 담긴 의미를 다함께 되새기지만, 저마다 동참 방식은 다르다.

우선 대부분의 한인교회는 고난주간을 ‘특별 새벽기도’ 기간으로 정하고 교인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한길교회, 나성순복음교회, 주님의영광교회, 은혜한인교회, 동양선교교회, 나침반교회 등 현재 미주 한인 교회들은 일제히 ‘고난주간 특별 새벽기도회’를 진행중이다.

ANC온누리교회의 경우 거리가 먼 LA지역 출석 교인들을 배려해 LA마가교회에서 따로 새벽기도 장소를 마련했다.

고난주간보다 앞선 ‘사순절(부활절 40일 전 기간)’부터 전교인이 나서 금식기도 및 각종 경건 훈련을 시행하는 교회도 있다. 충현선교교회는 일주일 간 ‘고난주간 헤브론 경건훈련’을 실시, 고난주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고난주간이 시작되고 나서 5일째를 맞는 금요일(4월3일)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맞이한 날이다. 이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미로 각 교회는 이날 ‘성금요예배’를 진행한다. 이때는 예수의 피와 살을 기념하는 ‘성찬식’도 거행한다.

이 기간 교회들은 다양한 행사도 준비한다.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부활절 나눔 축제’, 새생명비전교회는 부활 주일 음악예배도 개최한다. 또 특별 음악회 등을 통해 고난의 의미를 고취시키거나, 각종 구제 및 요양원 방문 등을 하며 예수의 사랑을 몸소 이웃에 나누는 봉사활동 펼치기도 한다.

이밖에 남가주 한인교회들은 함께 모여 곳곳에서 부활절 새벽 연합 예배(4월5일)를 진행한다. 은혜와평강교회(샌퍼낸도밸리), 샬롬교회(사우스베이), 카마리오한인연합감리교회(벤추라카운티), 팔로마한인교회(샌디에이고) 등 각 지역에선 교회 연합 부활절 예배가 열린다.

고난주간에는 특히 ‘경건’이 강조된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인터넷 사용을 줄이거나 TV 시청도 금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식을 하며 금욕 생활을 추구한다. 이는 십자가 고난에 집중하며 그 의미를 깊이 되새기려는 기독교인의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고난주간에는 21세기형 금식도 등장했다.

팻머스 문화선교회는 고난주간마다 ‘미디어 금식’ 운동을 진행한다. 한국에서는 매년 무려 35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들이 미디어 금식에 동참할 정도다. 물론 스마트폰 채팅인 ‘카카오톡’을 비롯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사용까지 자제한다.

팻머스 선교회는 이를 위해 미디어 금식을 돕기 위한 고난주간 관련 CF 동영상, 캠페인 서약서, 포스터 등을 웹사이트(www.media.ipatmos.com)를 통해 제공한다.

본래 개신교는 ‘교회 절기’ 경계해

예수의 십자가 의미 흐려진 탓…사순절은 종교개혁 때 폐기돼

개신교계에서는 부활절이나 고난주간에 대한 신학적 입장은 본래 현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고난주간을 포함한 사순절을 단순히 ‘교회 절기’ 정도로 여겨야 한다는 견해다. 즉, 이 기간을 유독 특별하게 생각해서 행사나 축제 등을 통해 보내기보다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 부활의 의미를 묵상하는 기회나 계기 정도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난주간을 비롯한 부활절, 크리스마스 등의 절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날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라이트하우스교회 레이 김씨는 “유독 고난주간만 되면 갑자기 금욕생활을 하고, SNS에는 고난주간 관련글이나, 성경구절 등이 도배된다”며 “너무나 진부해진 예수의 십자가 이야기는 오늘날 특별한 절기에 교회의 독려나 행위적 동참이 아니면 감흥이 없는 의미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종교개혁을 통해 태동한 개신교는 원래 사람들이 임의로 만든 절기를 지키는 것에 대해 성경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오히려 교회 절기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절기가 의식적으로 지켜지고 세속적으로 변질되어가는 양상을 우려한다.

실제 한국내 최대 교단으로서 미주 지역 한인 목회자들도 다수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는 이미 수년전 부터 ‘사순절 절기의 비성경적 이유(84회 총회 신학전문 위원회)’를 결의한 바 있다.

이 교단은 “사순절은 개신교회가 교회 경절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결의안에는 “종교개혁은 사순절을 완전히 폐지했다. 이는 사순절이 미신적으로 시행되고, 공로를 세우며, 금식이 하나님께 예배가 된다고 주장하고 실행하였기에 없앴다”며 “사순절을 비롯한 각종 절기들을 로마교회의 습관대로 지키게 되면 많은 개신교 신자들이 혼란을 겪게 된다. 종교개혁이 폐지한 사순절을 한국교회가 부활시키고 지킬 필요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개혁신앙연구회측은 “교계는 절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일부 왜곡된 절기관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십자가의 구속을 통한 구원의 은혜는 특별한 절기만이 아니라 늘 누려야 하며, 그 믿음을 날마다 확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나성남포교회 한성윤 목사는 “물론 특별한 시기에 특별한 행사들은 은혜를 잘 잊어버리는 우리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항상’, ‘범사에’, ‘쉬지 말고’라는 성경의 강조를 잊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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