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나노 미사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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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표적 항암제는 흔히 유도 미사일에 비유된다. 암세포ㆍ정상세포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만 골라 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도 미사일도 어떤 탄두, 어떤 유도장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능에 차이가 난다. 당연히 탄두가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또 유도장치가 정밀하면 정밀할수록 파괴력이 커진다.

국내 연구진이 ‘핵탄두급 탄두’를 탑재한 정밀 ‘나노 미사일’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의 현택환 단장(서울대 중견석좌교수; 화학생물공학부) 연구팀은 싱가포르 국립암센터와 공동으로 천연물에서 얻은 트립톨리드(triptolide)에 나노입자 기술을 적용해 간암 억제 효과가 뛰어난 ‘나노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이 트립톨리드를 얻은 천연물은 미역순나무다. 뇌공등(雷公藤)이라고 불리며 한의학에서 살균ㆍ소염제로 쓰이는 약재다. 대개 말린 뒤 물에 넣어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 복용한다. 하지만 독성이 있어 소량으로 단기간만 복용하는 게 보통이다.

연구팀은 이 강력한 ‘탄두’를 정상조직(pH 7 이상)에 비해 산도가 낮은 종양조직(pH 6 이하)에서만 터지는 나노 고분자 ‘탄피’로 감쌌다. 이어 간암세포 표면의 수용체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엽산(foliate, 비타민B군에 속하는 수용성 비타민)을 ‘유도 장치’로 붙였다. 독한 트립톨리드가 정상조직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막고, 간암세포만 골라 때려 치료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간암세포를 생쥐에 이식한 뒤 ‘나노 미사일’의 효능을 검증했다. 치료제를 썼을 때 생쥐의 생존율이 3배 정도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 항암제보다 훨씬 높은 치료효과다.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나노재료분야 국제저널인 ‘ACS 나노’ 온라인판에 최근 소개됐다.

현택환 단장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천연물에서 효능이 뛰어난 ‘탄두’를 발굴하고 나노기술을 융합해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효과는 극대화시켰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빨리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 단장은 포스코청암과학상(2008년)ㆍ호암상(2012년, 공학부분) 등을 받은 국내 나노재료 분야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지난해에는 종양을 동시에 진단ㆍ치료할 수 있는 ‘나노 수류탄’ 만들어 화학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에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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