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發 메르스 사태에서 교훈 얻어야”…美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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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한국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두고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미국 CNN 방송이 재활의학 전문의 포드 복스(Ford Vox)의 의견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스는 “한국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메르스는 사우디아라비아 밖에서는 가장 큰 규모여서 매우 놀라게 만들고 있다”며 “만약 미국에서 비슷한 메르스 발생이 일어난다면 에볼라(Ebola)에 대응한 경험과 준비된 의료시스템 덕에 생각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상황에서 아직 배울만한 뭔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와 메르스는 둘다 모두 놀랄만큼 높은 치사율을 갖고 있고 둘 다 백신이나 확실한 치료법이 부족하며 실험 프로토콜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면서 미국의 에볼라와 한국의 메르스 대응방식을 비교했다.

복스는 “한국은 첫 번째 메르스 감염자에 대한 일련의 오진과 잘못된 치료가 환자 주변을 맴돌았다”면서 “미국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였던 토마스 에릭 던컨 사례와 유사하다”고 했다.

던컨은 댈러스 병원에서 그의 여행 기록에 대해 의사와 간호사간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잘못된 진단과 소용없는 항생제를 처방받고 병원을 떠났다. 던컨이 위독한 상태에서 병원에 돌아왔을 때 던컨을 돌보던 두 간호사에게 바이러스가 전염됐다.

이어 “댈러스 병원은 환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충분치 않은 지침을 받았고 일반 미국인들도 에볼라 전염은 서아프리카와 달리 미국의 병원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안심했다”며 “이런 잘못된 의사소통(poor communication)은 의료진이 에볼라에 감염되었을 때 국민에게 극심한 공포만 줬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첫 번째 메르스 감염 환자도 치료 기회를 여러번 놓쳤다”며 “서울삼성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9일 동안 서서히 악화되는 컨디션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다녔다. 그때까지 그는 병원 2곳을 들렀고 서울에서 40마일 떨어진 작은 병원에서는 3일간 머물렀다”고 복스는 CNN에 말했다.

또 “댈러스 병원 응급실에서 던컨의 여행기록의 세부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것처럼 한국의 첫 번째 메르스 감염자의 여행 기록도 확인이 불충분했다”며 “한국의 첫 번째 감염자는 의사한테 바레인만 다녀온 것으로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메르스 전염국가인 사우디와 아랍에메리트연합도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이 메르스의 공기 전염 가능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도 미국인들이 에볼라 감염자를 치료할 때 보호장비의 필요성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지니고 있었던 것과 비슷한 단면이다.

복스는 “우리는 메르스가 2012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것만 알고 있을 뿐 사람간에 어떻게 전염되는지에 대해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갖고 있다”며 “밀접한 접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 병원도 분명히 ‘핫스팟’이지만 지역사회 전염도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0년간 연구가 이뤄져온 에볼라와는 달리 메르스의 경우 보건당국에서 절대로 바이러스가 공기전염이 될 수 없다고 알리고 있지만 실제로 공기전염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가 공기 전염으로 볼 만한 증거는 없다며 에어로졸을 생성시킬 수도 있는 환자들을 진단할 때 접촉 예방책과 공기전염 예방책을 지킬 것을 권고했다.

복스는 “예전에는 메르스가 공기로부터 고립되어 있었지만 한국의 환자의 경우 환기구가 없는 열악한 병실 에어컨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며 “공기전염(airborne transmission)은 병원 안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CDC는 공기전염 여부가 확실히 가려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병원 의료진에게 예방책을 따를 것을 권고하는 한편, 환자에게도 기침할 때 나오는 침으로 전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쓸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최경환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메르스는 공기전염이 안 된다고 말했다”며 “이러한 (현실과)상충되는 메시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복스는 비판했다.

특히 “극심한 공포감으로 미국 당국이 댈러스에서 에볼라가 발생한 후 부적절하게 학교를 휴교한 것처럼 한국의 고위공무원들도 2400개 이상의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이것은 과잉(overkill)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메르스 감염자가 경유, 치료받은 병원을 뒤늦게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복스는 “한국 관료들은 메르스 감염을 일으킨 병원 24곳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조치가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대신 소셜미디어상에서 끔찍한 루머를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한국 정부의 격리와 관련된 혁신적인 새로운 조치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의 메르스 대응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면도 있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자가 격리자에 대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실시하고 자주 전화해서 몸에 이상이 없는지를 체크하고 있다”며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자발적인)격리를 잘 따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스에 감염된 한국인이 중국에서 감염 사실을 숨긴 사실을 예로 들며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뿐만 아니라 중대한 외교적인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했다.

복스는 미국의 공공 의료시스템은 개선될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본인은 매일 서울발 비행기가 들어오는 도시(애틀랜타)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지만 CDC나 내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州) 보건당국으로부터 만약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있을 경우 메르스 징후나 증상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에볼라에 비해 메르스에 대해선 덜 알지만, 우리가 에볼라 사태의 교훈에 관심을 갖는다면 준비는 더 잘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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