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한국 사찰 불상 도난 시비 등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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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 경암 큰스님 입적 후 분규 확산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워싱턴 최대의 한국 사찰 보림사가 주지 스님 입적 이후 대웅전에 모신 불상 도난 신고가 접수되는 등 분규에 휩싸여 충격을 주고 있다.

보림사는 1984년 경암 큰스님이 창건, 1989년 현재의 자리인 버지니아 페어팩스에서 25년 간 불자들과 미국인들에게 한국 불교를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2일 경암 큰스님이 수술 후 돌연 입적하면서 거센 풍파에 휘말렸다.

현재 보림사는 큰스님의 친조카인 문기성 워싱턴민주평통위원 및 신도회장 주원광 법사를 중심으로 한 신도들과 큰스님의 상좌임을 주장하는 메릴랜드 무량사 주지 해인 스님 및 일부 신도들이 법적 소송을 벌이는 등 대립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17일 주원광 법사가 보림사 대웅전에 모신 주불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신도들과 함께 22일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암 큰스님은 지난 4월27일 담도암 수술을 받고 순조롭게 회복 중이었으나 퇴원일인 5월2일 오전 8시15분경 갑자기 입적해 많은 불자들을 놀라게 했다.

경암 큰스님의 임종을 지켰던 해인 스님은 이날 저녁 보림사 신도들에게 큰스님이 ‘맑고 향기롭게 살라’는 유언을 남기고 입적하셨다고 전했다. 친조카인 문기성 위원은 “신도들이 큰스님이 의문의 쇼크로 돌아가신 것이라며 부검을 주장했지만 도리가 아니어서 끝까지 망설였다. 그러나 신도들이 총의로 결정하고 해인 스님도 동의해 5일 부검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신도회에선 영결식 문제와 관련, ‘해인 스님이 스스로 경암 스님의 전 상좌라고 밝혔 듯 수년 전에 사제 간의 관계를 끊었기 때문에 상주를 맡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후 중재 노력이 이어지는듯 했으나 5월13일 해인 스님이 경찰들을 대동하고 보림사를 지키던 문기성 위원을 강제 퇴거시키면서 심각한 분란이 시작됐다.

6월 중순경 해인 스님 측이 소집한 신도 총회에서 보림사 부채가 77만 달러에 달해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매각을 결정하자, 반대 신도들은 “비영리법인인 보림사의 자산이 130만 달러인데 무슨 소리냐?”며 7월20일 총회를 소집해 보림사 대표에 문기성, 부대표에 태범 스님 등을 선출하고 버지니아 주정부에 연례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이사회를 정식 등록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 12일엔 큰스님의 법구 행렬이 보림사에서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의식을 위해 보림사에 들어온 문기성 위원을 해인 스님측이 경찰을 불러 퇴거 조치하려다 보림사 대표 서류를 확인하고 물러섰다가 14일 접근 금지 명령서를 통해 재차 내보내는 촌극도 발생했다.

또 지난 17일엔 주원광 법사와 신도들이 보림사 대웅전 주불상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하고 도난 신고를 하자 해인 스님측은 불상의 개금불사를 위해 웨스트버지니아의 아란야사로 옮겼다며 작업이 끝나는대로 보림사로 다시 모시고 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들 신도들은 “부처님 이운(移運)은 절을 창건하는것만큼 중요한 일인데, 무단으로 불상을 옮기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22일 보림사 법인 명의로 해인 스님의 보림사 출입을 금지하는 법원 명령서를 전달하는 등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한편, 큰스님의 장례식 주관을 놓고 제기된 소송에서 법원이 문기성 위원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영결식이 29일 봉행된다. 조계종 미동부해외교구(교구장 휘광스님)는 미주 한국 불교에 큰 업적을 남긴 경암 큰스님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원각사 주지 지광 스님(부교구장) 등 다섯 분의 스님이 영결식을 집전할 예정이다.

20일 워싱턴 한국일보에 따르면 해인 스님은 보림사 매각 의사를 번복하고 “경암 스님의 장례식이 끝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림사의 정상화를 위한 신도 총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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